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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있을 수 없다" 한국에 있던 48세 아저씨도 이스라엘 입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일(현지시간)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직후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총 36만명에 달하는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도 동원령은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로의 지상군 투입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예비군 소집 대상이 아닌 이들까지 고향 땅을 지키기 위한 귀국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페루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에서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이스라엘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페루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에서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이스라엘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12일 서울을 떠나 이스라엘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태국 방콕 공항에 머물고 있는 노아(가명·48)씨도 예비군 소집 대상이 아님에도 서둘러 비행기표를 샀다고 했다.

노아 씨는 목숨을 건 입대를 자원하기로 한 결심한 이유를 묻자 지체 없이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한 전화 인터뷰였지만 또박또박 이어진 그의 목소리엔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하마스의 기습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심정을 느꼈나.
"정말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굉장한 충격이었다. 이런 시나리오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소식을 들으면서 내 고향에 얼마나 위험하고 전례가 없던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됐다. 지금 나는 한국에 있지만, 공격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내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당장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나보다 더 당황하고 있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의무 소집 대상이 아닌데도 입대를 자원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의 결정은 '생각할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다.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려면 내가 당연히 당장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사관 등을 통해 소집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짐을 챙겨 이스라엘로 갈 방법을 찾았다. 이건 나 혼자의 생각이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형제도 미국에서 이미 가정을 꾸렸지만, 나와 같은 결론을 내리고 이스라엘 집으로 돌아와 적들과 싸울 방법을 찾고 있다."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할 결정이 될 수도 있다. 
"하마스, 그들은 '학살자'다. 우리가 모두 힘을 모아 반격한다면 하마스에게는 항복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노아 씨는 통화 내내 자신의 결정에 대해 단호하게 "당연한 결정"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사망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에 처한 가족들을 언급할 때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뒤 잠긴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휴전 상황인 한국도 이번 사태에 관심이 크다.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남·북한의 상황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란 건 알고 있지만, 한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최소한 '군대 대 군대'의 싸움이 될 거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맞서야 할 상대는 군대가 아니다. 그들은 테러리스트들이고, 학살자들이다. 우리는 전쟁법이나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경계조차 없는 하마스를 상대해야 한다. 그들은 이미 우리의 아이들과 여성들을 학살하고 있다.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예비군 분위기는 어떤가.
"이스라엘 군대는 세계 최고의 군대라고 자부한다. 이스라엘인으로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군대다. 우리는 많은 적과 싸우고 있지만 오랫동안 우리들의 능력에 압도돼 왔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전세계에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두 동참하고 있다. 우리가 다시 힘을 모아 반격을 시작하면 학살자들에게는 항복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질 것이다." 
이스라엘 예비군들이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 군사 캠프 장갑차 위에 서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예비군들이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 군사 캠프 장갑차 위에 서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건국 이후 끊임없는 분쟁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은 남성과 여성 모두 각각 3년과 2년 간 현역으로 군에서 복무한다. 이후엔 예비군에 편성돼 연간 38~55일 간의 훈련을 받는다. 여성은 34세, 남성은 40~45세(병사 40세, 전투병과 장교 42세, 비전투병과 장교 45세)까지 예비군으로 편성된다. 현재 이스라엘 예비군은 약 46만명으로 현역(17만명)의 2.5배 규모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 따르면 현재 한국 내 이스라엘인들은 약 1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대사관 측은 보안상 이유로 예비군 소집 대상이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중앙일보 인터뷰에 응한 노아 씨의 한국 내 직업 등에 대해서도 보안을 요청했다. 다만 바락 샤인 주한이스라엘대사관 공관 차석은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주 주말동안에만 대사관에는 이스라엘행 항공편을 문의하는 전화가 20통 이상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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