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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보다 8년 덜 산다"…퇴직공무원 중 수명 가장 짧은 이 직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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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현장 자료사진. 연합뉴스

화재현장 자료사진. 연합뉴스

퇴직 공무원 가운데 소방관 수명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직 기간 각종 재난현장에 투입되면서 유해물질과 정신적 스트레스 등에 자주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퇴직 소방관 수명 74.7세로 짧아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공무원 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개 직종별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자 중 소방직이 가장 단명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직은 지난해 평균 사망연령이 74.7세였다. 법관·검사(82.4세)와 비교하면, 8년 가까이 짧다. 전체 평균(79.7세)을 밑돈다. 

나머지 직종과도 차이 난다. 지도직 81.7세, 교육직 81.6세, 기타직(군무원·우정직 등) 80.2세, 기능직 79.3세, 연구직 79.1세, 경찰 78.8세, 일반직 78.3세, 공안직 78.1세 순이다. 두 번째로 사망자 평균연령이 짧은 공안직과도 3년 이상 차이 난다. 해당 수치는 퇴직 후 연금을 받는 이들로 한정해 통계를 냈다. 직종별 공무원 평균 수명과는 다르다.

소방관이 단명하다는 조사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0년과 2021년 소방직 평균 사망연령은 각각 73세, 72.6세였다. 기타를 포함한 10개 직군 중 가장 짧았다. 해당 연도 전체 평균 78.0세, 78.8세보다 5년 이상 짧은 수치다. 강병원 의원은 “119대원이 화재현장에서 발생한 유독물질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참혹한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습. 중앙포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습. 중앙포토

늘어나는 화재, 구조출동 

‘2023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작년 한 해 119 신고는 총 1254만6469건에 달했다. 2021년보다 47만665건(3.9%) 증가했다. 화재 출동은 10.6% 늘어난 4만113건이었다. 구조출동은 12.6% 늘어난 119만9183건, 구급 출동은 13.2% 증가한 356만4720건으로 집계됐다. 전 분야에서 출동 건수가 10% 이상 뛰었다.

공무원 직종별 연금액을 단순비교하긴 어려우나 소방직은 단명하는 만큼 연금액도 손해다. 공무원연금법상 연금 수령 당사자가 숨지면,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기존 받던 연금액의 60%다. 유족연금 수급 기한은 배우자는 사망, 자녀는 만 18세까지다.

강병원 의원은 “재난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체적·정신적 안정과 치유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더욱이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 퇴직 후에도 꾸준한 치료·상담 등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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