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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넉달 연속 '불황형 흑자'…한은 "수출 회복 조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뉴스1

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뉴스1

올 8월 경상수지가 48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4~7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이뤄낸 ‘불황형 흑자’지만, 한국은행은 4분기 수출이 플러스(+) 전환되는 등 세부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한은이 발표한 ‘2023년 8월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7월(37억4000만달러)에 비해 흑자 폭을 키웠다. 상품수지의 흑자 폭이 커지고 서비스수지와 이전소득수지의 적자 폭이 축소된 영향이다. 경상수지는 크게 4가지 항목(상품·서비스·본원소득·이전소득수지)으로 나뉘는데, 상품수지(수출-수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8월 상품수지는 50억6000만달러로 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3월(55억70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수출액은 537억5000만달러, 수입액이 486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6.5%,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했지만 수입액의 감소 폭이 더 커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다만 수출액은 12개월 연속 감소하면서도 7월(-14.6%)과 비교하면 감소율이 크게 축소됐다. 한은은 “승용차 수출 호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반도체가 회복을 보인 영향”이라고 봤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반도체 수출액은 87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2% 줄었지만, 7월(-33.8%)보다 감소율을 줄였다. 승용차 수출액은 전년 대비 28.1% 늘어난 50억7000만달러로 7월(15.7%)보다 증가 폭을 키웠다.

수입은 원자재와 자본재·소비재가 나란히 줄었다. 원유 등 에너지류 수입 감소가 두드러졌다. 통관 기준으로 8월 수입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0억3000만달러 줄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원유 등 에너지류 수입금액(81억2000만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지난해 7~8월 에너지 위기 발생 가능성을 대비해 원유 비축 물량을 크게 확대한 것에 대한 역 기저효과로 올 7~8월 원유 수입 감소 폭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8월 서비스수지는 –16억달러로 7월(-25억3000만달러)에 비해 적자 폭을 줄였다. 여행수지가 적자 폭을 2억9000만달러가량 줄여 –11억4000만달러를 나타내, 7월(-14억3000만달러)보다 개선된 영향이다. 한은은 “출국자 수는 7월보다 줄어들었지만 입국자 수는 늘어났다”며 “중국과 일본·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여행객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특허권 사용료 등이 늘면서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가 4000만달러로 흑자 전환한 영향도 있다.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는 14억7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수입이 줄어든 반면 배당지급액은 늘어난 영향으로 흑자 폭이 7월(+29억2000만달러)에 비해 줄었다. 한은은 “전기·전자업종과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배당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 대가 없이 이뤄진 무상 원조‧증여성 송금 등의 거래를 반영한 이전소득수지는 1억2000만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이 부장은 “수출액 감소 폭이 8월과 9월 들어 축소되고, 4분기 들어 플러스로 전환될 거란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산술적으로는 9~12월에 월평균 4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 하반기 흑자 규모 전망치(+246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긴 했지만, 수입이 느는 만큼 수출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전망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이 부장은 또 “중국 상대 수출이 부진하더라도 미국 상대 수출이 이를 얼마나 상쇄해주느냐가 결정적일 것”이라며 “올 1~8월 한국 전체 수출의 중국 비중은 19.7%로 내렸지만 미국 비중은 18%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8월 국제수지 통계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8월 국제수지 통계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한편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 자산(자산-부채)은 8월 57억3000만달러 늘었다. 직접투자에서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34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7억달러 늘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0억5000만달러 늘어났는데, 고금리 기조 장기화 우려 등으로 7월(69억달러)보다 축소됐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10억1000만달러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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