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하마스 기습공격 양상, 대북 안보에는 문제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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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인질로 잡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가자 지구로 끌고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인질로 잡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가자 지구로 끌고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국방 강국 이스라엘 아이언돔도 로켓포에 속수무책

북한 장사정포 노출된 한국, 9·19 합의 문제 등 보완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육상(픽업트럭)·해상(수상정)·공중(패러글라이더)의 세 방면으로 기습 공격해 양측 사망자가 이미 1600명을 넘었다. 1948년 건국 이후 적대 국가와 테러 세력에 둘러싸여 일상적으로 안보 위협을 받아 온 이스라엘은 ‘스마트 국경 시스템’과 아이언돔 등 첨단 국방 장비, 시스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었다. 하지만 하마스의 기습공격 초기에 허를 찔렸다.

이스라엘의 초기 대응 실패를 보면서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착하는 북한의 장사정포 등 재래식 무기에도 노출된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하마스는 로켓포 수천 발을 발사했는데, 북한의 장사정포는 시간당 1만6000발을 쏠 정도로 더 위력적이다. 한국이 이스라엘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은 어제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9·19 군사합의로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감시가 제한됐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 장관의 지적처럼 2018년 9월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 국면에서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채택한 9·19 군사합의는 재검토해야 할 대목이 많다. 남북이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합의를 무시하고 무인기 침투 등 도발을 일삼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손발을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육상에서는 연대급 기동 훈련과 포병 사격 훈련이 전면 중지됐고, 비무장지대(DMZ) 11개 감시초소(GP)를 철수시켜 기습 대남 도발을 감시하기 어려워졌다.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비행금지선이 설정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전력 우위에 있는 한국과 미국 항공 정찰자산의 대북 감시 활동이 크게 제한받고 있다. 북한 특수부대의 AN-2기 도발 징후 등을 미리 포착하는 데도 어려움이 커졌다. 요격체계 강화 등 대대적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 최강이라던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국내 정치의 외풍 때문에 대응 역량이 약해져 하마스의 동향 파악과 정보 분석에 실패한 사실도 우리의 국가정보원 운용에 주는 반면교사 교훈이 작지 않다. 민주당 정권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박탈 등으로 정보기관의 역량을 위축시킨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가 안보는 국민이 함께 지켜야 한다. 이스라엘 국민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강한 애국심을 보여주고 있다. 성지 순례자와 관광객이 이스라엘을 황급히 빠져나가는 와중에 해외의 유대인들은 조국을 지키겠다며 속속 귀국해 예비군 소집에 응하고 있다.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로 지난 몇 년간 느슨해진 우리의 안보 경각심도 이참에 다잡아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