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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동안 병원 7곳 돌아도…'응급실 뺑뺑이'에 80대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병원 응급실에 환자를 태운 구급차들이 몰려 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송봉근 기자

병원 응급실에 환자를 태운 구급차들이 몰려 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송봉근 기자

병상 부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해 3시간 가까이 ‘응급실 뺑뺑이’를 한 노인이 끝내 숨졌다.

10일 최혜영 의원실이 삼척소방서로부터 전달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3일 강원도 삼척시 교동에서 호흡곤란이 온 80대 남성 A씨는 오후 3시 28분부터 오후 6시 28분까지 3시간가량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A씨는 이날 오후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지 3시간여 만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가족들은 즉시 119에 신고했고, 10분 만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환자의 체온이 42도에 육박할 정도로 이상 고열증을 보이자 위중한 상태로 판단해 아이스 조끼 등을 입혔다. A씨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휴대용 산소기도 투여했다.

긴급 조치를 했지만 이후 벌어지는 상황은 더디기만 했다. 구급대는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강릉 B병원에 사전연락했으나 병상 부족을 이유로 ‘수용 불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급한 대로 55㎞ 떨어진 강릉 C병원에 도착했으나 마찬가지 이유로 응급실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차선책이었던 원주 D병원까지 전화 연결을 시도하며 달렸지만 ‘병상이 없다’는 통보에 오후 4시 40분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 입구에서 구급차를 세웠다.

구급차는 이곳에서 32분간 다른 병원 4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예 연락이 안 되거나 ‘CT 촬영이 안 된다’ ‘중환자실이 없다’ 등 답변을 들었다.

구급차 내 산소도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구급대는 결국 처음에 연락했던 B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하고 오후 5시 20분쯤 도착했다. 이들은 그간 길 위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설명하고 진료를 요청했지만 B 병원 측은 환자를 데리고 온 구급대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또 응급실 인수자 사인 마저 거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결국 오후 6시 28분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채널 A와의 인터뷰에서 “응급실 뺑뺑이가 우리한테도 현실로 닥칠지 몰랐다”며 “응급환자 1명 수용할 수 없는 게 (한국 의료의) 현실이냐”고 비통해했다.

B병원 관계자는 “당시 소생실을 비롯해 중증병상이 모두 차 있어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상황 설명을 했는데도 수차례 우리 병원 쪽으로 전화하다가 결국 (구급대가) 밀고 들어온 것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 의료진이 항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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