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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시구자로 나선 김진혁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단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전 시구자로 나선 김진혁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단장.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전 시구자로 나선 김진혁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단장.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시구자로 나선 김진혁(43)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의 등번호는 '22'였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였다. 김진혁 단장은 "10월 22일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개막한다.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진혁 단장은 중식 프랜차이즈 업체 보배에프앤비 대표이사다. 장애인아시안게임 단장을 맡게 된 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김 단장도 중도장애를 입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지인의 소개로 처음 이천선수촌에 갔다. 후원하려는 마음으로 가볍게 갔다. 정진완 회장이 선수촌 시설을 구경시켜주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말했다.

정진완 회장은 22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후 사격선수가 돼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행정가로 변신해 장애인체육회까지 이끌게 됐다. 김진혁 단장도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배달업에 종사하다 29세 때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지금도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다.

김진혁 단장은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땐 회사 규모나 후원사 규모로서 미약한데, 내가 맡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선수들을 보니 심장이 뛰더라. 나도 나도 후천적 장애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사고 이후 병원에서 1년을 지내며 죽을 생각까지 할 정도로 힘들었다. 선수들을 만나 보니 그 시절이 떠올랐다. 내 힘은 미약하지만, 선수들과 땀을 흘리며 같이 있는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단장직을 수락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과 김진혁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단장.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과 김진혁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단장.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대회 1년 전에 선임된 김 단장은 직접 대회 현장을 돌아다니고, 소외된 경기장을 찾으며 장애인 선수들의 형과 동생이 됐다. 김 단장은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나도 장애인 체육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장 부임 이후 탁구, 휠체어 농구, 휠체어 테니스도 즐겼다.

김진혁 단장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선수단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지난 8월 14일 이천선수촌을 찾아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선수들을 위한 '일일 보배반점' 행사를 열었다. 보배반점 임직원과 함께 선수촌 조리실을 빌려 350인분에 이르는 음식을 대접했다. 김 단장은 "마음으로 선수들을 대하고 싶었다"고 웃었다.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은 오는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다. 비장애인 선수들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에 비해 관심을 덜 받는 게 사실이다. 김진혁 단장은 최대한 시간을 내 선수단 홍보와 지원에 힘을 쓰고 있다. 시구 역시 그런 활동 중 하나다. 멋진 투구를 선보인 김 단장은 "가족들이 캐나다에서 지내는데 운동용품을 많이 샀다. 아들과 캐치볼도 해봤는데 그 감각 덕분인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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