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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국내보단 해외여행?…일본서 지난해 2배 카드긁어

중앙일보

입력

전주에 사는 직장인 김대한(30)씨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3박 4일간 홍콩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경비로는 총 150만원을 썼다. 김씨는 "물가는 국내도 비싸기 때문에 어차피 쓸 돈이면 해외여행을 하고 싶었다"며 "국내는 아무 때나 갈 수 있고, 연휴가 길어지면서 외국에 나가는 부담도 덜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닷새째인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추석 연휴 닷새째인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올해 추석 '황금연휴' 6일(9월 28일~10월 3일) 동안 해외에서의 카드 사용이 지난해 추석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난 이후로 장기 연휴를 맞으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 KB국민카드와 최근 4년간의 추석 연휴 신용·체크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추석 연휴 일평균 해외 사용 건수가 지난해 추석(9월 9일~12일)보다 15.8% 늘었다. 일평균 해외 사용 금액은 25.1% 증가했다. 카드를 더 많이 긁고, 더 많은 돈을 썼다는 얘기다.

특히 일본에서 카드 소비가 크게 늘었다. 카드를 긁은 건수는 일평균 기준 지난해 추석보다 2배(102%)로 증가했다. 일평균 매출액도 184% 많아졌다. 매출 건수 증가율은 일본에 이어 베트남(101%)과 오스트레일리아(74%), 필리핀(62%) 순으로 높았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매출액 상위 15개국을 분석한 결과다.

추석 연휴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한 해외여행객 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을 뛰어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가 낀 1주일(9월 27일~10월 3일)간 국제선 여객 수는 58만3434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추석 연휴 주간에는 54만3781명이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추석부터 한글날(9일)까지 최장 12일 연휴가 되면서 미주·유럽 같은 장거리 해외여행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앞서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이유는 내수 확대를 위해서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임시공휴일을 하루 지정하면 소비가 2조4000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해외보다는 증가 폭이 작지만, 이번 추석 연휴 동안 국내 일평균 매출액(8.1%)과 건수(0.9%)는 모두 지난해 추석보다 늘었다.

국내 소비에서도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의 영향이 나타났다. 지난해 추석 대비 일평균 매출 건수 증가율은 여행(47.6%)과 숙박(27.1%), 미용 서비스(21.8%)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배달은 금액(-16.2%)과 건수(-14.9%) 모두 지난해보다 줄었다. 코로나19 때 배달업의 덩치가 커진 역기저 효과도 있지만, 야외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수년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여행 수요를 붙잡을 정책이나 혜택 등 유인이 더 필요하다"며 "한국에 적극적으로 중국·일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해야 서비스 수지 악화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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