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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망하면 수원 망한다"더니…수원 빌라왕 사기피해 4000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정모(27)씨가 건물 내 소방안전관리자 현황표(2014년 3월5일~)에 적혀 있는 임대인 정모(59)씨 이름을 가리키고 있다. 정씨는 지난 2019년 12월 보증금 6000만원에 한 전세계약을 2021년 갱신해 오는 12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손성배 기자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정모(27)씨가 건물 내 소방안전관리자 현황표(2014년 3월5일~)에 적혀 있는 임대인 정모(59)씨 이름을 가리키고 있다. 정씨는 지난 2019년 12월 보증금 6000만원에 한 전세계약을 2021년 갱신해 오는 12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손성배 기자

“정XX 망하면 수원이 망한다.”
지난 9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원룸 세입자 정모(27)씨가 지난 2021년 11월 임대인 정모(59)씨와 보증금을 기존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증액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계약할 당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직원에게서 들었다는 말이다.

중개업소 직원은 정씨가 아내 김모(53)씨와 함께 건물 수십채를 가진 재력가로 수원뿐 아니라 화성·용인·양평 등 경기도 일대에서 ‘부동산 임대사업 큰손’으로 꼽히는 인물이라 보증금을 못 돌려줄 일이 없으니 안심하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원룸에서 700m 떨어진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는 임차인 정씨는 ‘직주근접’에다 원룸치곤 크고(22.72㎡) 전세 보증금(6000만원)도 저렴해 중개업소 십수곳을 돌아다니다 지난 2019년 12월 임대인 정씨와 생애 첫 자취방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첫 계약 2년 뒤인 2021년 12월 보증금을 전월세 인상 상한(5% 제한)을 상회해 1000만원 증액해달라는 정씨의 요구에 마지못해 계약을 갱신했다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다. 지난달 중순 임대인 정씨에게 임대차계약 연장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연락을 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정모(27)씨와 임대인 정모(59)씨의 2021년 11월 임대차계약 갱신 계약서다. 정씨는 보증금을 1000만원 증액해달라는 요구에 마지 못해 갱신했는데, 부동산 공인중개사란이 비어 있다. 손성배 기자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정모(27)씨와 임대인 정모(59)씨의 2021년 11월 임대차계약 갱신 계약서다. 정씨는 보증금을 1000만원 증액해달라는 요구에 마지 못해 갱신했는데, 부동산 공인중개사란이 비어 있다. 손성배 기자

정씨는 “갱신 계약을 할 땐 부동산공인중개사 서명 날인란에 아무런 정보가 쓰여 있지 않아서 이상했는데, 전월세 상한제 위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 것 아닌가”라며 “불안해 내용증명을 2번 보내고 고소도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상견례도 하고 결혼 계획도 세웠으나 계약 만료 이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 되면서 결혼 일정도 미룬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정씨 부부와 법인을 포함해 총 5명을 사기 등 피의자로 입건하고 10일 오전까지 임차인 53명(미반환 보증금 70억여원)의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도 지난 6일까지 정씨 부부 등 소유 건물 관련 245건의 피해 신고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게시된 ‘3000억~4000억원 빌라왕 사고 터질 예정’ 글로 예고된 새로운 빌라왕 사건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씨 부부가 직·간접 소유하는 주택 건물이 수원과 화성에만 40여동에 달하고, 각 동 별로 호실이 8개~57개로 총 800여개에 달해 보증금 미반환 피해 신고가 더 늘 전망이다. 현재 수원 전세사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엔 364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정씨가 설립한 주택관리 법인의 직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글을 게시하며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임대인 정씨의 아내인 김씨와 지난 2021년 3월 보증금 2억2000만원에 방 3개짜리 세류동 도시형생활주택(51.39㎡)을 전세 계약했다가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40대 부부도 있다. 신모(46)씨는 “남편이 10년 넘게 건설 현장에서 일해 모은 돈으로 대출 없이 전세 계약을 했다”며 “2년 전세살이하고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했다가 보증금을 몽땅 잃어버리게 생겼다”고 울먹였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다가구주택 앞에 걸려 있는 족자형 신축 빌라 광고물. 손성배 기자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다가구주택 앞에 걸려 있는 족자형 신축 빌라 광고물. 손성배 기자

‘HUG 가입 불가’ 1·2금융권 근저당만 294억원

 정씨 부부와 전세 계약을 한 임차인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도 못해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보증금 전액을 고스란히 잃을 처지다. 정씨 부부는 하나은행 수지상현지점, 신한은행 백궁지점, 수협, 동작신협, 우리은행 신길서지점 등에 잡힌 확인된 근저당만 294억원에 달하는 등 총부채 과다로 보증보험 가입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에서 부동산개발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익명 요구)는 “정씨가 원룸밀집 지역인 권선구 곡반정동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며 돈을 모아 활동하던 곡반정동에 원룸 건물을 매입한 뒤부터 임대업자로 변신했다”며 “한 달에 2~3동씩 공격적으로 신축과 구축을 가리지 않고 매입해 업자들 사이에선 언젠가 사고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출국금지 조처한 피의자들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하는 한편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겪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보호 지원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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