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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마윈은 왜 아시안 게임에 초대받지 못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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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중국 항저우(杭州)는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도시다. ‘항저우 미인’은 중국에서도 최고 미인으로 꼽힌다. 시내 서호(西湖)는 그 아름답기가 춘추시대 말 미인계로 오(吳)나라를 망하게 한 서시(西施)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소동파가 즐겨 먹었다는 둥퍼로우(東坡肉),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룽징차(龍井茶)도 항저우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이런 항저우가 지금은 베이징, 선전(深圳) 등과 어깨를 견주는 ‘디지털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번 아시안 게임이 세계에 보여주려 했던 게 바로 ‘디지털 항저우’였다. 개막식에 여실히 드러났다. 디지털 성화 주자는 가상 현실을 통해 항저우 서호를 건너 주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왔다. 실제 인간과 디지털 인간이 함께 성화에 불을 붙이는 장면은 최고 하이라이트였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 개막식에서 디지털 성화봉송자가 점화하고 있다. [사진 아시안 게임 조직위]

항저우 아시안 게임 개막식에서 디지털 성화봉송자가 점화하고 있다. [사진 아시안 게임 조직위]

선진 기술은 경기장 곳곳에서 목격됐다. 로봇 강아지는 육상 멀리 던지기에서 원반을 회수했고, 무인 자율주행차는 경기장을 분주히 오갔다. 2분이면 따끈하게 끓여 내주는 ‘라면 자판기’가 선수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경기 운영도 말끔했다는 평가다. 첨단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종합상황실 덕택이다. 관영 CCTV에 비친 종합상황실은 경기장의 이상 여부를 3D로 실시간 점검하고 있었다. 출입증 발급, 매달·순위 집계, 선수촌 관리, 식단 등 수많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처리됐다. 알리바바 그룹사인 알리 클라우드의 클라우드 시스템이 한몫했다. 정보 전송 속도가 기존 5G보다 10배나 빠른 화웨이의 5.5G 통신 인프라가 있었기에 운영 가능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미인의 도시’ 항저우를 디지털 도시로 만든 주역은 마윈(馬云)이다. 그는 1995년 항저우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고, 1999년 지금의 알리바바를 설립했다. 2014년에는 회사를 당시 사상 최대 규모로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항저우가 중국 인터넷 혁명의 진원지이자 디지털 성지로 급부상한 계기다. ‘마윈이야말로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주목할만한 이벤트로 만든 최고 공로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번쯤 나올 법도 했다. 성화 봉송은 아니더라도 관중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스쳐 비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마윈은 초대받지 못했다. ‘기피 인물’이라도 된 듯했다. 중국 미디어조차 ‘마윈은 왜 없지?’라고 묻는다.

항저우를 중국의 디지털 성지로 만든 최고의 민영기업가 마윈, 그의 부재는 오늘 중국을 읽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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