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공석 3주 차인 법원은 “정쟁의 희생양이 됐다”(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참담함 속에서 대통령실과 국회의 결단만 다시 바라보게 됐다.
낙마 원인을 놓고 청문회 준비 부족, 후보자의 안일함 등 내인론과 야당 정치 공세의 희생양이라는 외인론이 분분하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인력 부족 등으로 준비가 제대도 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 전 후보자와 같은 시기 연수원을 다닌 한 판사는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측면은 있었다”고 말했다.
고법 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개인 흠결이 낙마의 결정적 요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야당이 대법원장 임명을 정치 이슈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서 여당도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강대강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김명수 체제 들어 고위 법관이 되려면 정치 코드를 맞추는 게 최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이번 낙마로) 판사 사회에 학습 효과가 굳어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기상·이탄희·이수진 민주당 의원 등 판사 출신 정치인에 대한 불만도 팽배하다. 이들이 후보자 낙마의 주역이라는 말이 돌면서다. 한 고법부장 판사는 실명 언급은 피하면서도 “일을 저지르고 법원을 나가 정치인으로 변신하더니 법원을 다시 정치화시키고 있는데 이는 법원을 망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고법 부장판사는 “장관이 공석이어도 행정부는 돌아가지만, 대법원장이 없으면 재판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공은 다시 대통령실로 넘어온 상황이다. 새 후보로는 오석준 대법관, 이종석 헌법재판관, 조희대 전 대법관,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