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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중동 화약고’의 또 다른 전쟁, 안보·경제 리스크 챙겨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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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언하고 반격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칸유니스 인근의 가자지구 경계선에서 주민들이 파괴된 이스라엘군 탱크 주변에서 몰려들어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언하고 반격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칸유니스 인근의 가자지구 경계선에서 주민들이 파괴된 이스라엘군 탱크 주변에서 몰려들어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어 헤즈볼라 가세

중동 산유국 정세, 북한 도발 확장에 선제 대비를

‘중동의 화약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그제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포를 발사하며 양측이 전쟁 국면에 돌입했다. 어제는 레바논 내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박격포로 이스라엘을 공격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또 다른 전쟁의 불길이 중동으로 번져 국제 정치·경제에 동시에 먹구름이 드리운 형국이다.

이번 무력 충돌은 이스라엘의 안식일에 맞춰 하마스가 ‘알아크사 폭풍(Al Aqsa Storm) 작전’을 감행해 이스라엘 쪽으로 수천 발의 로켓포를 발사하면서 시작됐다. 수백 명의 하마스 무장 병력은 육·해·공 삼면으로 이스라엘 영역에 진입, 군인과 민간인을 인질로 잡았다. 이스라엘 역시 특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철검(Swords of Iron) 작전’으로 대대적 반격에 나서 양측 사망자가 이미 900명을 넘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어제 “하마스가 있는 악의 도시를 폐허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마스도 인질로 잡은 이스라엘 민간인 등을 가자지구 전역에 분산 수용해 배수진을 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권위주의 진영과 미국 중심의 자유 진영이 대립하는 상황이라 중재조차 쉽지 않다. 이번 충돌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충돌의 원인 중 하나로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 세 종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성전산(聖殿山) 안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을 둘러싼 갈등이 거론된다. 이스라엘 경찰은 지난 4월 알아크사 사원에서 라마단 저녁 기도 중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섬광탄을 발사해 내쫓았다. 당시 시아파인 시리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했는데, 이번에 수니파인 하마스와 공조가 이뤄지는 양상이다.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수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 속도를 내오면서 하마스 등이 반발해 왔다. 특히 사우디와도 관계가 불편한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부추겨 중동 평화를 뒤흔들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 세계가 연결된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중동의 무력 충돌은 강 건너 불일 수가 없다. 무엇보다 산유국이 집중된 중동의 무력 분쟁은 한국 경제에 악재다. 정부는 교민 안전을 챙기고, 전황을 주시하면서 대응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적성 국가와 테러 세력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처지는 우리의 안보 상황도 떠올리게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조차 이번 기습공격에 당했고, 로켓 방어시스템인 ‘아이언 돔’도 구멍이 생겼다. 무엇보다 또 다른 전쟁이 미국 등 자유민주 동맹의 관심과 대응 능력을 분산시키는 사이 북한의 도발 확장에도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