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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오랜만" 신고 정체…'보이는 112' 감금 미성년자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언니, 오랜만이에요. 어디로 가요?”

지난 7월 21일 제주경찰청은 이런 내용의 112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직감했다. 이 신고자가 전화로 신고 내용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경찰은 신고자에게 ‘보이는112’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주소(URL) 링크를 전송했다. 이후 신고자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전송된 현장 상황을 살펴보며 피의자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신고자의 위치도 파악했다. 현장 출동 경찰관은 미성년자인 신고자를 협박하고 감금한 피의자를 검거했다.

6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이는112’가 도입된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처리 건수는 3만2000여 건이다. 도입 첫해에만 2만1517건이 ‘보이는112’를 통해 처리됐다. 올해에는 9월 말까지 1만1226건이 접수됐다.

'보이는112' 연결화면. 자료 서울 서초경찰서

'보이는112' 연결화면. 자료 서울 서초경찰서

‘보이는112’는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 성범죄 등 가해자가 앞에 있어 정확한 신고내용을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응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신고자가 112에 전화를 건 뒤 ‘똑똑’ 숫자 버튼을 두드리면 경찰이 보이는112에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신고자에게 문자로 전송한다. 이 링크를 누르면 신고자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현장 상황이 경찰에 전송된다. 통신사를 거치는 위치기반서비스(LBS)가 아닌 휴대전화에 내장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보다 신속·정확하게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3자가 112 신고를 눈치챌 수 없도록 ‘비밀채팅’ 기능도 제공한다. 채팅창을 검색엔진 ‘구글’ 웹화면으로 설정해 검색어 입력란을 통해 상황요원과 대화하는 방식이다. 신고자가 입력란에 쓴 글이나 상황요원의 답변은 3초 만에 자동으로 사라진다.

‘보이는112’는 애초 데이트폭력이나 성범죄 신고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최근엔 주거침입, 상해, 절도 등으로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지난 7월 21일 경북경찰청은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뒤 숨어서 신고한 여성의 신고 전화가 걸려오자 곧바로 ‘보이는112’로 전환해 가해자를 검거했다. 범죄 피해자가 아닌 목격자가 신고를 할 때도 ‘보이는112’가 종종 활용된다. 지난 7월 5일 경남경찰청은 “아파트 10층 난간에서 어떤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영상통화로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사다리차와 에어매트를 설치해 자살을 기도한 사람을 구조했다.

경찰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보이는112’를 포함한 112 신고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매년 예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예산은 최근 5년간 감소하는 추세다. 2020년 112 시스템 사업 예산은 279억5700만원이었으나 ‘보이는112’가 처음 도입된 지난해에는 2020년 대비 10% 줄어든 250억9200만원이 책정됐다. 올해(226억1300만원)와 내년(195억2100만원)에는 예산규모가 각각 19%, 30% 감소했다.

정우택 의원은 “‘보이는112’를 통해 신속한 범인 검거와 기초치안 역량이 확대됐다”며 “112시스템은 국민 안전을 위해 중단없는 서비스가 필수인 만큼 충분한 예산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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