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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상주·문경에 거센 '女風'…정관계 차지한 우먼 파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이자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 7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임이자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 7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경북 상주시와 문경시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다. 총선 한 선거구로 묶여 있는 이 지역은 대대로 보수 정당이 우위를 점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상주·문경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임이자(59·국민의힘) 의원 득표율은 64.8%에 달했다.

보수적인 지역이라고 하면 대개 남성이 기관·단체장직을 여성보다 많이 차지하고 있을 것 같지만, 상주·문경 지역엔 유례없는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여야 정치 지도자와 상주시의회 의장, 문경경찰서장, 문경시교육지원청 교육장이 모두 여성이고 각급 기관장과 지방의원 상당수도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여야 정치 지도자에 시·도의원도 여성

지역구 국회의원인 임 의원은 물론 지역 야권 정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김영선(57) 더불어민주당 상주·문경지역위원장도 여성이다. 경북도의원 출신인 김 위원장은 지난해 경선을 통해 지역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안경숙 상주시의회 의장. 사진 상주시의회

안경숙 상주시의회 의장. 사진 상주시의회

3선인 안경숙(63) 상주시의원과 재선의 이경옥(58) 시의원은 각각 상주시의회 의장·부의장을 맡고 있다. 상주시의회 의장 선거는 한두 표차로 당락이 갈리고 경쟁이 과열될 때가 많았지만, 안 의장은 만장일치로 의장에 당선되는 저력을 보였다. 경북도의원도 상주에는 남영숙(62), 문경에는 김경숙(49) 의원 등 여성 의원이 있다.

지역 기관 곳곳에도 강력한 ‘우먼파워’

주요 기관장에도 여성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 8월 부임한 김정란(50) 문경경찰서장은 개청 이래 첫 여성 서장이다. 김 서장 남편은 강헌수 인천 미추홀경찰서장으로 총경 부부다.

김정란 문경경찰서장. 사진 문경경찰서

김정란 문경경찰서장. 사진 문경경찰서

농협 지부장도 여성이다. 경북 지역 NH농협은행 사상 첫 시(市) 단위 여성 지부장이 된 김필자(55) 상주시지부장이 주인공이다. 상주에서 태어나 상주여고, 상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상주 토박이’인 그는 35년 근무 경력을 자랑한다.

지난 7월 문경시 개청 이래 첫 여성 면장으로 부임한 이저영(50) 마성면장도 눈길을 끈다. 전 홍보전산과장으로 언론과 소통에 힘써왔던 이 면장은 취임 이후 첫 행보로 지역 내 경로당을 찾아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경교육지원청 이경옥 교육장도 상주·문경지역 ‘우먼 파워’에 한몫하고 있다. 이 교육장은 1983년 울진 후포초에서 첫 교직에 몸을 담은 후 울진·영덕·포항 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이후 김천동부초 교감, 상주교육지원청 장학사, 아포초 교장, 청송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을 거친 후 경북교육청에서 특수교육담당, 교육복지과장을 역임했다.

이경옥 문경교육지원청 교육장. 사진 문경교육지원청

이경옥 문경교육지원청 교육장. 사진 문경교육지원청

얼마 전까지 대구지검 상주지청도 여성인 정명원(45) 지청장이 지휘했다. 정 전 지청장은 지난달 말 인사를 통해 대구지검 공판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최근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발전엔 성별 중요치 않다는 의식 확산”

경북시군의회의장협의회 출범 31년 만에 탄생한 첫 여성 회장이기도 한 안경숙 의장은 “지역 발전을 선도할 능력이 있다면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식이 점차 퍼지고 있으며 실제 봉사단체 등 낮은 곳에서 앞장서서 일하는 사람 중 여성이 많다. 이런 점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여성이 약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안 의장은 “지방 정치는 생활 밀착형 정책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강한 생활력이 전문성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며, 따뜻하고 포용적인 리더십은 시민과 격 없는 소통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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