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유 없이 38도 이상 열나는 아이, 요로감염 의심해 봐야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59호 28면

헬스PICK 

서울에 사는 유모 씨는 최근 자녀로 인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6개월 된 아이의 열이 38도 넘게 올라서다. 감기라 생각해 해열제를 먹여봤지만, 잠시 열이 내리는 듯싶더니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뒤늦게 아이를 업고 찾아간 병원 응급실. 진단 결과는 요로감염이었다.

요로감염은 소아에게서 가장 흔한 세균 질환이다. 소변을 만드는 신장에서부터 몸 밖으로 소변을 배출하는 요도에 이르는 부위, 즉 소변길(요로)에 발생한다. 신장에서 요관, 방광을 거쳐 요도에 이르는 부위 중 어느 곳에 감염됐는지에 따라 신우신염·방광염·요도염 등으로 구분되며 치료가 늦어질 경우 신장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항생제 임의로 중단 땐 재발 위험

요로감염은 대부분 장내 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 신장 등으로 올라가며 발생한다. 특히 아이들은 신장과 방광, 방광과 요도 간의 거리가 성인에 비해 짧고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이로 인해 세균이 요관을 통해 신장까지 퍼져 신우신염을 앓기 쉽다. 소아가 요로감염에 많이 걸리는 때는 생후 12개월 미만 또는 대소변 훈련 시기.

돌 전에는 방광요관역류(소변이 방광에서 몸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신장이나 요관으로 역류하는 질환)처럼 선천적으로 요로계에 이상이 있거나 비포경 상태 등으로 인한 요로감염이 많은 편이다. 대소변 훈련기에는 소변을 참는 습관 같은 배뇨 문제로 요로감염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다. 오랜 시간 소변을 참으면 세균이 증식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아이가 요로감염에 걸렸다는 사실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말을 못하는 영아라면 신체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는 “1세 미만의 요로감염에서는 38도 이상의 열만 나는 증상이 가장 흔하다”며 “이 외에 혈뇨가 보이거나 소변에서 화학 약품 냄새가 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보채거나 잘 먹지 않고 토하는 증상도 요로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다. 일반적으로 기저귀를 뗀 만 3~4세 이상은 어느 정도 증상 표현이 가능하다. 아이가 소변볼 때 아프다고 하거나 배뇨 후 또다시 소변을 보고 싶어 한다면 질환 발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신우신염이라면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고 39도 이상의 고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다만 일부는 자녀의 요로감염을 단순 감기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연희 교수는 “미열이나 보채는 요로감염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감기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치료가 늦어지면 농양(고름집)이 생겨 항생제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회복을 하기 위한 검사도 여러 차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신장에 흉터가 남아 장기적으로 신장 기능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빠르게 진단하고 대처하면 소아 요로감염은 후유증 없이 깨끗하게 치유될 수 있다. 요로감염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소변 배양검사 등을 진행하게 된다. 소변을 가리는 아이라면 중간뇨를, 소변 가리기를 하지 못하는 영유아라면 회음부를 청결하게 닦은 다음 관 모양의 기구인 카테터를 넣어 소변을 받게 된다.

치료 과정에서는 보통 항생제를 활용한다. 이때 자녀의 증상이 조금만 나아져도 자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부모들이 있다. 김 교수는 “보통 38도 이상의 발열성 요로감염일 때는 7~14일 항생제를 복용하는데 임의로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의사의 치료 지침대로 정확한 항생제 복용 방법과 기간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 기저귀를 뗀 만 3~4세 이상의 소아 중 열이 나지 않는 방광염 환자는 통상 경구 항생제를 복용하면 2~3일 안에 증상이 없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를 중단해도 된다”고 했다.

항생제 치료를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요로감염이 재발하지 않도록 생활 습관도 개선해야 한다. 이 교수는 “화장실 가기를 무서워하거나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못해 소변을 참는 아이, 스트레스가 많아 조금씩 소변 실수를 하는 아이 등은 원인을 교정해주면 자연스럽게 요로감염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 충분히 섭취하면 예방에 도움

또 여자아이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남아보다 요도의 길이가 짧아 대변의 세균들이 요도, 방광으로 들어가기가 쉽다. 평소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소변을 자주 보게 함으로써 방광을 자주 씻어내도록 한다. 오랜 시간 이동할 때는 아이에게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도록 지도하고 급한 일이 있더라도 아이가 원하면 바로 소변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대변을 보고 나서는 앞에서 뒤쪽으로 휴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려 줘야 한다.

보통 1세 미만의 남아에게는 비포경 상태가 요로감염의 위험 요인이다. 나이가 들면서 포경을 하고 자연스럽게 위생 관리도 잘 이뤄지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비포경 상태가 계속되고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반복적으로 요로감염에 걸린다면 질환 예방을 위해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또 하나. 습관적으로 신체 아래쪽에 손을 갖다 대는 아이들이라면 손을 깨끗하게 잘 씻겨줘야 한다. 지저분한 손으로 아랫도리를 만지면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요로기계의 구조적 이상이나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해줘야 한다. 요로감염에 걸린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요로에 기형이 있거나 방광요관역류를 동반한다. 방광요관역류를 겪는다면 개선을 위해 약물 혹은 수술 치료를 고려하는 게 좋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