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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사망 과천 방음터널 화재…운전자 집유, 관제실 책임자 금고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지난해 12월 일어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사고 책임자들에게 6일 금고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방음터널 화재사고는 지난해 12월 과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달리던 트럭에서 불이 나며 시작됐다. 이후 불이 방음터널 전체로 번지며 차량 44대가 불길에 휩싸여 5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다쳤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유해주 판사는 불이 시작된 트럭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차량을 불법 개조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자동차관리법 위반)로 기소된 트럭 운전사 A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A씨가 10년 넘은 노후 차량의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이같은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화물차 불법 구조변경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했다.

유 판사는 “피고인은 화재가 발생하자 비상등을 켜고 정차한 뒤 보조석의 소화기를 꺼내 화재 진압을 시도하다가 119 신고한 뒤 반대쪽으로 이동했고 불길이 퍼지자 대피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방음 터널 내 소화기나 소화전이 아닌 피고인 차량의 소화기를 이용해 진압을 시도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 업무상과실이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유 판사는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트럭 소유 업체 대표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업체 측에는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에 도로 관리 주체인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제이경인) 관제실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인정했다. 관제실 책임자 B씨에게는 금고 2년을, 나머지 관제실 근무자 2명에게는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금고형은 감금하되 노역은 부과하지 않는 형벌이다.

유 판사는 B씨 등에 대해 “고속도로 내 사고발생 감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대형참사를 발생하게 했다”며 이들의 사고 책임을 인정했다. “20초 간격으로 송출되는 CCTV를 상시 모니터했다면 화재 발생 사실을 즉시 인지할 수 있었다. 매뉴얼에 따라 터널 차단막 등을 초기조치했다면 피해자들이 터널에 진입하지 않았거나 회차 등 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를 댔다. 또 “비상방송이나 벨을 울려 화재를 알렸다면 적시 대피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안이 중하고 과실 정도도 가볍지 않다. 사망한 피해자의 유가족과 상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가족 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한 유가족은 “모레가 딸 생일인데, 이런 판결이 나올 줄 몰랐다”고 재판정에 앉아 통곡했다. 유가족 이모씨는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나 “사건 원인자인 화물차 운전자가 소화전이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데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개인 소화기로 화재진압을 시도하고 119 신고했다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항의했다. 유가족은 검찰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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