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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승계문서’ 존재 놓고 공방…“상속 뒤 폐기” vs “본 적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원고들은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김영식 여사 측 변호사)

“(상속 협의 후) 폐기했습니다.” (증인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LG그룹 일가 상속 관련 분쟁은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유언 메모’ 존재 여부에서 시작됐다. 배우자 김영식 여사와 두 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이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나누자’며 낸 소송이다.

5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부장 박태일)는 상속회복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에 구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하 부문장은 자신이 2017년 4월 구 전 회장의 ‘유언’을 직접 들은 유일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병실에 있던 구 전 회장이 말하길) ‘회장은 구광모가 해야 하고, (현재) 지분이 부족하니 앞으로 구 회장이 많은 지분을 가지게 하라’며 경영 재산 전체를 (구광모 회장에게) 넘기는 거로 말씀 주셨다”고 했다. 이후 하 부문장은 사무실로 가 들은 말을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정리해 출력한 문서에 구 전 회장의 자필 서명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날 증언 내내 해당 문서를 ‘유언장’이 아닌 ‘승계 문서’라고 말했다.

이 문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세 모녀와 구 회장이라는 것이 하 부문장의 주장이지만 원고 측은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문서가 현재는 없다고 한다. 원고 측 임성근 변호사가 “문서를 어디에 보관했느냐”고 묻자 하 부문장은 “(현재는) 폐기됐다”고 했다. 상속인들 간 별도 협의를 통해 상속이 이루어졌고, 상속이 완료돼 실무진이 폐기했다는 주장이다. 하 부문장은 “(LG그룹은 상속 때) 유언장을 쓰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그룹 총수의 상속 유지를 담은 문서고, 서명까지 했는데 실무진에서 그냥 폐기하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구 회장은 세 모녀가 상속재산분할 협의 방안에 동의해 놓고 뒤늦게 번복하려 한다는 입장이다. 구 회장 측 이재근 변호사는 김 여사의 서명이 담긴, ‘가족을 대표해 경영 재산의 상속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이날 법정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2018년 5월 세상을 떠난 구 전 회장은 ㈜LG 주식 등 2조원 규모의 유산을 남겼다. 회장직을 이은 구광모 회장이 ㈜LG 주식 중 8.76%를, 나머지를 두 딸이 나눠서 상속받았다. 김 여사와 두 딸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까지 총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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