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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공간 1㎝도 없다"…포터·봉고 디젤 단종, 전기·LPG 올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1t 디젤 트럭 퇴출을 공식화했다. 양사가 최근 대리점에 배포한 납기표에 따르면 포터와 봉고 디젤 모델은 올 11월을 끝으로 생산이 종료된다. 단종 수순에 접어드는 포터와 봉고는 2륜과 4륜을 포함한 디젤 엔진 모델 전부다. 사진은 현대차의 포터2.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1t 디젤 트럭 퇴출을 공식화했다. 양사가 최근 대리점에 배포한 납기표에 따르면 포터와 봉고 디젤 모델은 올 11월을 끝으로 생산이 종료된다. 단종 수순에 접어드는 포터와 봉고는 2륜과 4륜을 포함한 디젤 엔진 모델 전부다. 사진은 현대차의 포터2. 사진 현대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발’로 불리는 디젤 1t 트럭 시대가 저문다. 디젤 모델이 단종되는 대신 전기와 액화석유가스(LPG) 트럭이 이를 대체한다.

“환경개선 효과 미미” 지적도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1t 디젤 트럭 퇴출을 공식화했다. 두 회사가 대리점에 배포한 납기표에 따르면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 디젤 모델은 다음 달을 끝으로 생산이 종료된다. 2륜과 4륜을 포함한 모델 전부다.

포터는 1977년 데뷔했다. 그동안 저렴한 가격과 연료비를 앞세워 봉고(1980년 출시)와 함께 국내 상용차 시장을 양분해 왔다. 이번에 단종되면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디젤 포터의 시대는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향후 전기와 LPG 트럭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디젤의 빈자리를 메울 LPG 트럭에는 3세대 T-LPDI 엔진을 적용할 예정이다. 기존 LPG 엔진에 터보차저를 더해 출력과 토크를 높인 게 특징이다. 현대차 내부에선 포터의 디자인 변경도 고심하는 중이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포터에는) 버리는 공간이 1㎝도 없다”며 “이렇게 쓸모가 많은 차를 제대로 디자인한다면 그거야말로 대한민국의 풍경을 바꾸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트럭 시장에서는 최근 전기 트럭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판매를 시작한 1t 전기 트럭은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했다.〈그래픽 참조〉 포터 전기 모델은 지난해 3만3191대가 팔려 현대차 주요 차종 중 1위였다. 최대 대당 2350만원인 ‘화끈한 보조금’ 덕분이다. 대당 4370만~4550만원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일반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흐름은 LPG 트럭이 등장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아의 봉고 EV. 기아는 봉고 디젤 모델을 11월까지 생산하고 단산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LPG와 전기차 모델만 판매한다. 사진 기아

기아의 봉고 EV. 기아는 봉고 디젤 모델을 11월까지 생산하고 단산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LPG와 전기차 모델만 판매한다. 사진 기아

특히 최근 국내 전기 트럭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중국 전기차 1위 비야이디(BYD)는 올해 초 GS글로벌과 손잡고 1t 전기 트럭 티포케이(T4K)를 출시했다. 아직 월간 판매량이 100대 이하로 저조하지만 BYD는 서비스망을 넓히는 등 국내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여기에 대창모터스, 이브이케이엠씨 등 중국산 소형 전기 상용차 부품이나 완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하지만 전기 트럭의 환경 개선 효과에 대해서 평가가 엇갈린다. 전기 화물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승용차의 2.5배 수준이지만 트럭 생산에서 폐차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내연차에 뒤지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형 전기 화물차의 환경 편익은 대당 200만원 수준”이라며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구매 보조금 1200만원은 환경 편익을 고려하면 과도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4.5t 이하 전기 화물차에 7500달러(약 1012만원)를 지원한다. 한국처럼 차값의 절반 수준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전기차 보급 속도에 비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우려 요소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 순서를 기다리는 1t 전기 트럭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 등록 전기차는 47만여 대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24만여 기로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대꼴이지만 급속충전기는 2만5000기에 불과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2조원을 투입해 전기차 충전기 123만 기 이상을 보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내연차 감소와 전기차 증가에 따라 유류세 감소 폭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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