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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드 하루 빌려주면 90만원"…SNS '수상한 모집'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포통장 모집 광고.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대포통장 모집 광고.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비상장 코인 구매용도. 체크카드 1일 대여료 25(만)∼90만원 당일 입금’
범죄에 사용할 ‘대포통장’을 모집한 범죄조직이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대포통장 모집 광고 문안이다. 이렇게 모집된 대포통장 200여 개는 다시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넘겨져 범죄에 활용됐다.

신상과 얼굴도 모른 채 텔레그램 상에서 접촉해 대포통장 200여 개를 모집하고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 조직,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인 20대 2명과 인출책 30대 1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나머지 조직원과 계좌명의자 등 8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또 대포통장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먹튀’ 범행으로 6200만원을 챙긴 대포통장 공급책 15명을 횡령 혐의로 추가 검거해, 그 중 1명을 구속했다.

대포통장 모집 유통 범죄단체 조직도.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대포통장 모집 유통 범죄단체 조직도.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215개의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과 짝퉁 명품 판매, ‘3자 사기’ 등 범행을 시도하는 범죄자들에게 넘겨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은 돈은 개당 월 평균 50만원이었다. 이들은 택배·고속버스 수화물을 통해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제공했다. 이들이 챙긴 불법 수익은 최소 1억원으로 파악됐다. 대포통장 계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현재 특정된 피해자는 101명이며, 액수는 약 39억원에 이른다.

텔레그램 대화방서 대화명으로 범행 모의  

경찰 조사 결과 총책 2명은 각종 범죄를 모의하거나 과시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만나 서로의 대화명으로 호칭하며 범행을 모의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친구, 선·후배 등을 조직원으로 가입시켜 범죄단체의 규모를 키웠다. 또 중간 관리책과 일반 조직원 등 직책을 만들어 범죄 수익을 지위에 따라 차등 분배했다.

이들은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에 ‘코인 자금 세탁, 고수익 보장’이란 내용의 광고를 게재해 명의자들을 물색하거나 다른 범죄조직으로부터 대포통장을 확보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범행에 사용한 와이파이 에그, 통장, 유심, 휴대전화 등은 전부 ‘대포 물건’으로 구입해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범죄 진행 과정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단체방도 수시로 삭제하거나, 조직원 일부가 검거되면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대응했다.

대포통장 모집 유통 범죄단체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현금.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대포통장 모집 유통 범죄단체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현금.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경찰은 총책 검거 과정에서 현금 8364만원을 압수했고, 추가로 범죄수익 9950만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경찰은 임대차 보증금과 고가 외제차량 리스 보증금을 추징해 압수한 현금과 함께 현재까지 약 1억 2000만원 상당의 피해금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통장과 은닉 재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추적하고 있다”며 “대포통장을 제공받은 보이스피싱 조직도 끝까지 추적해 가담자 전원을 검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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