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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균용 안 돼"…대법은 일일이 野의원실 문 두드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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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이 임명동의안 표결 전날인 5일까지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오후 국회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오후 국회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헌법 제104조에 따라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있어야 임명동의안이 가결된다. 168석 더불어민주당이 임명동의안에 반대하면 정부ㆍ여당이 독자적으로 임명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헌정사상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경우는 ‘제2차 사법 파동’ 여파로 대법원장 대행 체제 속 인준 표결이 이뤄진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를 제외하곤 한 차례도 없었다. 만약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래 첫 대법원장 낙마 사례가 된다.

민주당 내에선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박용진 간사를 포함한 민주당 소속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4일 오전 각 의원실에 친전을 보내 이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부적격 사유로 ▶부도덕한 개인과 가족의 비위 의혹 ▶가족회사를 이용한 불투명한 재산형성 ▶시대에 뒤떨어진 성인지 감수성 등 9가지로 열거하며 “간곡하고도 단호히 부결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다만 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에서 ‘당론 부결’ 방침을 정하지는 않았다. 일부 의원이 당론 채택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이 후보자 반대 기류와 관련해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수도권 민주당 의원은 “지금 정부ㆍ여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조차 없다. 야당 대표와는 대화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며 “그래놓고 ‘가결해달라’고 말하는 건 양심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재판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법부 수장 인준을 지연시키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9.20/뉴스1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9.20/뉴스1

국민의힘은 “수적으로 열세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야당이 처음부터 부결 방침을 정해놓고 청문회에 임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 후보자 인준에 협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대통령이 야당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는 야당 대표를 만날 수 있나. 이 문제는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민주당의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기류를 “절대적 의석수를 무기로 한 힘자랑”이라며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장기공백이 민주당이 말하는 민생인가”라고 지적했다.

사법부는 발을 동동 구르는 모양새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4일부터 이틀간 야당 의원실마다 60여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전달하고 간부들이 일일이 야당 의원을 찾아 가결을 호소하는 ‘읍소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설명자료에는 이 후보자의 사법정책 방향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의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 민주적ㆍ수평적 사법행정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고 설명했다. 그간 이 후보자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김명수 체제를 비판해온 것과 사뭇 다른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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