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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우호상징’ 판다, 내년말 미국서 다 사라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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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내년 말이 되면 미·중 우호의 상징인 판다가 미국 내에 한 마리도 남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 판다 팬들이 뽑은 인기 1위 ‘샤오치지’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에서 대나무를 먹고 있다. [AP=연합뉴스]

내년 말이 되면 미·중 우호의 상징인 판다가 미국 내에 한 마리도 남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 판다 팬들이 뽑은 인기 1위 ‘샤오치지’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에서 대나무를 먹고 있다. [AP=연합뉴스]

내년 말 ‘미·중 우호의 상징’인 판다가 미국 내에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판다의 소유권을 가진 중국이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빌려줬던 판다를 속속 되찾아가면서 ‘징벌적(punitive) 판다 외교’라는 말까지 나왔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자이언트 판다 7마리가 살고 있다. 이 중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에 있는 3마리는 임대 계약 종료에 따라 오는 12월 초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판다들의 귀국을 앞두고 최근 미국에서는 9일간 환송행사가 열려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특히 3마리 중에서 가장 어린 수컷 샤오치지는 전 세계 팬들이 선정한 인기 1위의 판다다.

AP통신은 “추가 임대가 이뤄질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현재 조지아주 애틀랜타 동물원에 있는 4마리도 내년 말 임대 계약이 끝나는데 마찬가지로 연장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2019년, 테네시주 멤피스 동물원은 올해 초 각각 판다를 중국에 반환했다.

세계의 모든 판다는 중국 소유다. 중국은 외국에 통상 10년 단위로 판다를 임대한다. 1983년 워싱턴 조약 발효로 판다 등 희귀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되자 돈을 받고 장기간 빌려주는 형태가 됐다. 연간 임대료는 한 쌍당 100만(약 14억원)~200만 달러(약 27억원)다. 현재 19개국에 65마리의 판다가 임대 중이다.

중국은 마오쩌둥 시절 우호국인 소련과 북한에 판다를 기증했다. 영국 등 서방 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할 때도 판다를 이용했다. 특히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직후 미국에 암수 판다 한 쌍을 선물하면서 판다는 미·중 우호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양국 관계가 긴장되면서 중국의 판다 임대 정책도 영향을 받게 됐다.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선임연구원은 A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중국에 반대하는 행동을 하자 중국이 신호를 준 것일 수 있다”면서 본국으로 판다를 귀환시키는 움직임을 ‘징벌적 판다 외교’로 규정했다.

미·중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건 미국에 20년간 대여했다가 올해 숨진 수컷 판다 러러였다. 멤피스 동물원에 살던 러러는 지난 2월 중국 송환을 앞두고 숨졌는데, 이를 두고 중국 내 여론이 악화했다. ‘정찰 풍선’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던 양국은 결국 사인을 규명하겠다며 공동 조사까지 벌였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판명됐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 동물원에서 러러를 학대해 숨졌다”면서 해명을 요구했다. 또 미국에 있던 암컷 판다 야야는 임대 기간 만료로 최근 중국으로 돌아왔다.

한편 한국 에버랜드에 사는 푸바오도 만 4세가 되는 내년에 번식을 위해 중국에 반환될 예정이다.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은 한중 친선을 도모하기 위해 암컷 판다 아이바오와 수컷 판다 러바오를 한국에 보냈다. 이들 사이에서 2020년 7월 태어난 푸바오는 사육사와 보여주는 좋은 ‘케미’로 사랑받고 있다.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짝을 이뤄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이유로 오는 2031년 3월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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