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갑자기 죽어서 캐리어 담았다"…백골 아이 4년 보관한 엄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전에서 숨진 지 4년이 지난 백골 상태인 영아 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7월 경찰이 영아를 살해한 40대 친부와 60대 외할머니를 긴급 체포한 뒤 시신을 유기한 지점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경찰이 영아를 살해한 40대 친부와 60대 외할머니를 긴급 체포한 뒤 시신을 유기한 지점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3시40분쯤 대전시 서구 괴정동 한 다가구 주택에서 “백골 상태 영아 시신을 발견했다”는 집주인 신고가 접수됐다. 시체는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보관된 상태로, 백골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2019년 출산, 숨지자 가방에 보관 

조사 결과 집주인은 2021년 9월쯤 빌라 원룸에 살던 A씨(30)가 월세가 밀리고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하자 명도 소송을 통해 강제 집행에 나섰다. 소송을 통해야만 A씨가 살고 있던 원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 짐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집주인은 정리한 A씨의 짐을 빌라 창고에 보관했다가 최근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캐리어에 담긴 시체를 발견했다고 한다. 경찰은 잠적한 A씨가 인근 서구 갈마동의 빌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4일 자정쯤 시신 유기 및 은닉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대전서부경찰서는 출산한 아이가 숨지자 여행용 가방에 보관한 혐의로 친모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신진호 기자

대전서부경찰서는 출산한 아이가 숨지자 여행용 가방에 보관한 혐의로 친모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신진호 기자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혼자) 집에서 아이를 출산했는데 4~5일쯤 지나 갑자기 숨졌다. 무서워서 가방에 보관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이 출산한 아이 성별과 친부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모, 아이 성별·친부 기억하지 못해

이번에 발견된 아이는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였다. 하지만 병원 밖에서 출산한 탓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자치단체와 경찰 조사 때도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또 A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출산한 자녀를 돌보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유기 치사)를 적용할지도 검토 중이다.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8회 본회의에서 영아 살해·유기범의 형량을 일반 살인·유기죄 수준으로 높이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8회 본회의에서 영아 살해·유기범의 형량을 일반 살인·유기죄 수준으로 높이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스1

경찰 관계자는 “영아 시체는 숨진 지 4년이 지나 성별 구분이 어렵다”며 “피의자를 대상으로 출생과 사망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아이를 돌보지 않아 숨졌는지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