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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소통 가능한 밀입국 중국인들, 끼니 때마다 "밥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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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충남 보령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된 중국인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남아 있다가 강제 출국당한 뒤 다시 일하기 위해 밀입국을 시도했다.

3일 새벽 충남 보령을 통해 밀입국하려던 중국인들이 공조에 나선 해경과 군에 검거됐다. [사진 보령해경]

3일 새벽 충남 보령을 통해 밀입국하려던 중국인들이 공조에 나선 해경과 군에 검거됐다. [사진 보령해경]

보령해양경찰서는 체포한 중국인 22명을 해경과 인근 보령경찰서 유치장에 분리, 입감한 뒤 이틀째 조사 중이다. 해경은 이들을 상대로 출발 장소와 시간, 이동 경로, 밀입국 목적, 국내 접선책(운송책)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조사에서 이들은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서 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웨이하이와 보령까지는 직선거리가 350㎞ 정도로 40노트(시속 74㎞)의 속도로 달리면 7~8시간 걸린다.

시속 74㎞ 모터보트 타고 밀입국 시도

해경 관계자는 “보령 앞바다가 수심이 낮은 데다 시기적으로 조류가 빠르지 않아서 밀입국 목표 지점으로 고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밀입국자들이 수영해서 상륙을 시도했다는 점에 비춰 보령을 목적지로 정하지 않고 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새벽 충남 보령을 통해 밀입국한 뒤 안산으로 도주했던 중국인이 체포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지난 3일 새벽 충남 보령을 통해 밀입국한 뒤 안산으로 도주했던 중국인이 체포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조사 결과 이들은 한국에 도착한 뒤 운송책 등 조력자와 만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대부분 과거에 한국에서 일했기 때문에 어디로 가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경기도 안산으로 달아났다가 검거된 1명도 지인이 사는 곳을 알고 혼자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밀입국 뒤 2~3인씩 다른 지역으로 이동 계획

밀입국자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로 적게는 1명, 많게는 2~3명씩 돈을 주고 배에 올랐다. 체포된 중국인들은 경기도 안산으로 도주했던 1명의 이름과 얼굴을 제대로 모를 정도였다. 이들이 비용을 얼마나 지불하고 선박에 탑승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3일 새벽 충남 보령을 통해 밀입국하려던 중국인들이 공조에 나선 해경과 군에 검거됐다. [사진 보령해경]

3일 새벽 충남 보령을 통해 밀입국하려던 중국인들이 공조에 나선 해경과 군에 검거됐다. [사진 보령해경]

2020년 4~5월 충남 태안을 통해 밀입국했던 중국인 21명은 1인당 1만 위안(약 185만원)을 모아 보트와 장비를 구입했다. 이들은 해안에 도착한 뒤 미리 대기 중이던 승합차를 타고 전남 양파 농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이송한 건 불법체류 중국인 2명으로 해경에 검거된 뒤 모두 강제 출국당했다.

2020년에도 태안으로 21명 밀입국

해경에 따르면 밀입국자 대부분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수사 과정에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다만 해경은 관련 규정에 따라 통역을 배석시켰다. 유치장에 입감된 중국인들은 끼니때마다 “배가 고프다. 밥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보령을 통해 밀입국하려던 중국인들이 사용했던 구명환을 해경이 수거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3일 보령을 통해 밀입국하려던 중국인들이 사용했던 구명환을 해경이 수거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전문가들은 체포한 중국인을 기소하지 않고 곧바로 강제 출국시키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밀입국을 시도한 중국인을 장기간 구금하면 세금만 낭비하기 때문이다. 관계 기관에 따르면 검찰이 강제 출국 결정만 하면 송치 후 곧바로 집행이 가능하다.

전문가들 "명백한 현행범, 조기 강제 출국시켜야" 

해경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체포된 뒤에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식사와 잠자리 등 불편한 것을 모두 요구한다”며 “검찰과 협조가 필요하겠지만, 범죄 혐의가 명확한 만큼 조기에 강제 출국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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