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지급」백지화 농정불신 가중(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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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산지쌀값 큰 차… 부작용 우려 포기/수매량 싸고 또한차례 파문일 듯
정부와 민자당이 올해 추곡수매에서 묘수라고 도입했던 차액지급제를 결국 포기했다.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1천만섬의 수매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해봐야 현실과 동떨어진데서 오는 갖가지 부작용이 너무 컸다.
차액지급제에서 제기된 문제점은 우선 산정방식에 관한 것이다.
예컨대 11월 초순의 쌀값을 보면 경기 이천은 80㎏ 한가마(2등품 기준)에 9만2천원인 반면 경북 안동은 8만8천원으로 지역마다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농림수산부는 전국 18군데의 쌀값을 표본조사,산술평균으로 전국의 쌀값을 9만2천원으로 계산했으나 이를 차액지급의 산정기준으로 적용했을 경우 돈을 적게 받게된 지역 농민들의 강한 불만이 예상됐다.
또 차액보상으로 지급되는 「현금」때문에 작년까지 수매에 소극적이던 농민들조차 이를 요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수매에 응할 물량이 없는 농민들까지 차액지급을 요구,배정에 골치를 앓던 이장들이 집단사퇴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차액지급제에 대한 불만은 지역적으로도 나타나 품질이 좋은 쌀을 생산,시중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 경기 지역의 경우 작년에는 수매에 응한 물량이 생산량의 10%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의 수매량을 요구하고 있다.
차액지급제가 이처럼 농민들 사이에 불만을 일으키는 악재로 작용하자 이승윤부총리와 최각규 민자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이를 백지화하기로 원칙적 합의,10일 당정협의에서 공식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책의 급선회는 또한번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려 우루과이라운드협상·농산물시장개방으로 가뜩이나 불안을 느끼고 있는 농민들에게 농정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또 이번 결정으로 정부와 여당이 약속했던 1천만섬 수매효과가 무산,1백만섬의 추가 수매량으로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와 함께 추곡수매가 문제는 국회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평민당과의 정치적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추곡 수매에 대한 논란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이지만 정부의 조령모개식 탁상행정이 올해의 추곡수매 결정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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