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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추석 민심 우호적이지 않네" 대통령실, 민생대책 손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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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은 정치권도 주목하는 시기다. 이른바 밥상머리 민심이 여론의 흐름을 증폭시키거나 굳히는 경향이 있어서다. 올해 추석은 내년 4ㆍ10총선을 6개월여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민생 행보를 이어갔따. 사진은 추석 연휴인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서울중부소방서를 방문해 현장 소방관들을 격려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윤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민생 행보를 이어갔따. 사진은 추석 연휴인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서울중부소방서를 방문해 현장 소방관들을 격려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윤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개천절이자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다수의 대통령실 참모들은 “추석 민심이 썩 우호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한 마디로 적신호가 켜진 셈인데, 무엇보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제는 외생 변수가 많아 정책 효과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실질 소득은 제자리인데, 고용 불안 분위기는 상존하는 등 현 경제 상황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ㆍ물가ㆍ부동산 등 핵심 지표가 우호적이지 않다. 수출은 지난해 10월(-5.8%)부터 지난달(-4.4%)까지 12개월 연속 감소세였다. 6월과 7월 전년 동기 대비 2%대이던 물가 상승률은 8월 3.4%를 기록하며 5월(3.3%) 이후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그나마 부동산이 큰 이슈가 없다고 하지만 “부동산은 오르든 내리든 찬ㆍ반이 나뉘는 논쟁적 이슈”(대통령실 관계자)로 마냥 긍정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대통령실 시각이다.

문제는 손에 잡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물가 문제가 그렇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ㆍ화학 등 주요 산업이 흑자를 보이고 있다”라면서도 “물가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어려움 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20차례 진행해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손 볼 계획이다. 비상(非常)이란 말에 어울리지 않게 회의가 정례화되면서 다루는 주제도 실생활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차 전지나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은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사안이지만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며 “즉각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따뜻하고 직접적인 주제를 다루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 장소나 시점 등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남은 기간에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은 2022년 11월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하는 윤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남은 기간에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은 2022년 11월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하는 윤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반면에 대통령실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해온 윤 대통령의 경제 외교 행보에 성과가 있다고 판단, 관련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도운 대변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40조 투자 약속, UAE의 300억 달러 투자 약속처럼 규모는 결정됐지만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 확정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이달 안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후속 일정이 있어 곧 질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등은 민심 흐름의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장기간 이어져 온 만큼 민심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국민의힘을 향해 여당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권 내부에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용산 외엔 존재감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충분한 내부 소통을 통해 당이 더 주도권을 쥐길 원한다”며 “정치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권에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내부 역학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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