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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결 보도에 치우쳐, 정치발전 모색할 기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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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42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오후 중앙일보에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독자위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제42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오후 중앙일보에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독자위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제42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김준영 전 성균관대 이사장)가 지난달 26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9월 한 달 동안 중앙일보 지면과 디지털에 실린 주요 기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마약 관련 보도가 눈에 띄었다. ‘프로포폴 처방 3배 급증 사실상 공급책 된 병원’ 등 9월 4일 자에만 세 건의 보도가 있었고, 5일 자에도 사설 포함 2건의 보도가 있었다. 11일, 18일 자에도 기사가 있었다. 국가적으로 특별히 바로잡아야 할 사회적 문제를 국민에게 잘 알려줬다고 본다. 그동안 마약 문제는 범죄 조직의 마약 공급이 주로 다뤄졌는데, 최근 의사의 처방을 통해 마약류 의약품이 유통돼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린 기획기사는 특히 의미있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중앙일보 58주년 창간기획 ‘바다, 온난화의 역습’은 온난화 때문에 ‘열병 걸린 동해’가 비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까지는 보기 어려웠던 바다 생태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온난화의 심각성을 독자에게 잘 전달해 의미가 있었다. 바다숲 사업도 다뤄졌는데 정부의 환경 정책에 관심을 갖고 감시를 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힘이 느껴지는 기사였다.

정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등에 대한 야당 비판 중심으로 보도가 나왔다. 반면 여당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지적은 적었다. 또 여야가 대결하는 모습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기사가 나와서, 정당들이 정치발전을 위해 뭘 하고 있는지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모르겠더라. 예를 들면 4일 자 ‘농성장엔 보온병, 잠은 당 대표실서…‘이재명표 단식’ 논란’은 정치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기사였다. 또 익명 관계자 발언을 직접 인용해 제목으로 다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데, 누가 발언한 건지도 모르는데 큰따옴표를 달아 제목으로 인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지철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1일 자 ‘지자체 끝없는 ‘공항 욕심’…있는 것도 적자인데 8곳 더 추진’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공항을 만들려고 하는 것을 지적한 기사다. 근본적인 이유를 지적하면 더 좋은 기사가 됐을 것 같다. 도로 등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예산을 부담해서 건설한다. 그런데 공항은 전부 국비로 건설한다. 그러니 국회의원들과 지자체가 공항을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자체에 일부 예산을 부담하라고 하면 절대로 유치 안 하려고 할 것이다.

20일 자 ‘매일 방사능 검사 QR 공개, 노량진수산시장 손님 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통계 등을 인용했는데 지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소비가 위축됐을 때라 올해 당연히 늘 수밖에 없다. 또 추석 전이라 손님이 많이 온 거다. 한 상인이 “추석 대목을 탔을 뿐”이라는 말한 내용도 기사에 담겼는데, 다른 뉘앙스의 제목이 달려 놀랐다.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8월과 9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관련 기사를 유심히 봤다. 논지에 혼선이 있었다고 봤다. 8월 28일엔 역대 보수나 진보 정부 모두 홍범도 장군의 공을 인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31일 문재인 정부가 홍범도 장군으로 군의 뿌리 바꾸려 했다는 기사가 나오는 등 이후 기조가 바뀐 기사가 연이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였으니 윤석열 정부는 그와 반대로 밀어붙일 만하다는 논리인 듯해 불편했다.

1일 자 ‘수도권 최대 마약치료병원 문 닫고’ 기사는 마약 치료 기능을 잘하고 있었던 인천 참사랑 병원이 경영난 끝에 문을 닫을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마약 치료 병원이 문 닫는 일이 절대 없게 하겠다’는 정책을 끌어냈는데, 이게 언론의 제대로 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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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9월에 북·중·러 유착에 대한 많은 기사가 나왔는데, 북·중·러 관계를 마치 악마화하는 기사 내용이 많았다. 예를 들어서 ‘급조된 회담’ ‘위험한 거래’ ‘독이 든 성배’ 이런 제목을 달았다. 물론 한국 안보에 위해 요인이기에 부정적 스탠스엔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넘어선 생각 거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미흡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있다. 반면 8일 자 ‘북중러판 캠프 데이비드 현실화 우려…“성사땐 신냉전 서막”’ 기사는 상대적으로 중심을 잡고 접근한 기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 대통령으로 승부를 거는 듯한 스탠스를 언론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9월에 과다하게 윤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보도한 것은 아쉽다. 특히 8일 자 보도를 보면서 놀랐다. 윤 대통령이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는데, 그렇게 중요한 회의가 아닌데도 1·3·5면에 기사가 실렸다.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예술을 다루는 기사가 전반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이 적다는 느낌이 있다. 9월에는 국내 최대의 아트페어가 열렸다. 4일 자 ‘프리즈·키아프 동시 개막 9월 서울은 ‘그림 천국’’ 기사의 경우 흐린 눈으로 쓴 기사라고 생각했다. 예술계에선 성과가 저조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는데, 무색하게 기사는 ‘중국의 ‘큰 손’ 컬렉터까지 대거 방문할 예정이어서 시장은 더 달궈질 분위기’라고 마무리됐다. 공감이 안 됐다. 11일 자에도 ‘‘키아프리즈’ 양날개 한국미술 날아오른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실제론 기대보다 성과가 적었다는 시각이 많았다. 특정 갤러리뿐 아니라 다른 갤러리들을 같이 소개했다면 전반적인 내용은 달랐을 것이다.

▶임유진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21일 자 58주년 창간기획 ‘바다, 온난화의 역습’은 동해 사례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바다를 중심으로 해양 동물, 해수 순환시스템 등을 다각도로 보여줬다. 다만 중국의 쌍끌이 어선의 무작위 포획까지 이뤄져 서해안의 해양생태계 변화도 급격한데 동해에만 집중한 것이 아쉬웠다.

12일 자 ‘경총 “주당 근로시간, 지난 20년간 OECD 12분 줄 때 한국은 528분 감소”’ 기사는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과 한국의 근로시간 평균 격차가 연 185시간으로 감소해 근로시간 격차가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려워졌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주 40시간제 이후 기업이 초단시간 고용을 늘린 상황을 고려하면 근로 시간의 평균 격차 감소의 의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 통계의 해석과 활용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21일 자 ‘“고령 노숙자, 대공황 이후 최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몰락’ 기사는 미국 베이비 부머들이 복지제도의 미비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 주고 있는 이 기사는 한 편으로 유사한 과정을 겪고 있는 한국의 상황도 함께 점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기사가 대한민국의 머지않은 미래의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좋은 팁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19일 자에 ‘지역인재 합격자 89%가 대학 동문인 곳도’ 기사가 있었다. 지방 이전한 공공기관이 소재지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자를 전체의 30% 이상 채용해야 하는 제도가 당초 목적인 ‘지방 인재 활용’에서 벗어났다는 내용이다. 특정 대학 쏠림 현상 지적보다는 제도의 취지를 좀 더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기사에 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김준영 전 성균관대 이사장=첨단 기술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사는 잘 보도가 안 되고, 보도된다고 해도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8월 31일 자 1면 ‘나홀로 반도체 그만 이젠 ‘묶어야’ 산다’와 5면 ‘D램 생산+패키징 한번에…삼성, 전략 바꿔 TSMC 추격’은 굉장히 수준 높고 가독성도 있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과 재편 가능성까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첨단기술, 미래 기후변화 등 변화를 잘 담는 기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한 달이 넘었다. 코로나19 상황 때 매일매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나 동향을 보도하지 않았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상황도 매달 또는 분기별로 수치는 정상인지 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 문제가 또 파묻히고 있는데 중앙일보가 과학적으로 잘 보여주면 사회적으로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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