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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전자 지금이 기회"...개미들 추석 전 5100억원 폭풍 매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2차 전지 열풍에 외면 받던 반도체 주식에 돈이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6만전자(삼성전자 주가 6만원대)’로 내려앉자 개인투자자가 일주일 동안 5100억원어치 폭풍 매수했다. 하반기 이후 ‘팔자’를 외치던 개인의 ‘변심’이다. 증권가에서는 감산 효과로 ‘6만전자'의 늪은 탈출할 수 있지만, 금리 급등 등 악화되는 경제 환경에 급격한 상승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삼성전자 팔던 개인, 추석 앞두고 대거 샀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7만전자가 6만원대로 하락한 지난달 19일부터 추석 연휴 전날인 27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5100억원 순매수했다. 7거래일 동안 가장 많이 산 종목이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개인 자금이 2400억원 몰려, 개인 순매수 종목 3위에 올랐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수급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18일 기준 6월 이후 개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이 삼성전자였다. 석 달 반 동안 개인은 2조6200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팔자’를 외치던 개인이 추석 연휴 직전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6만전자’ 라는 가격에 대한 이점(메리트)과 다음 주부터 이어질 이벤트가 투자자의 기대감을 키웠다. 오는 11일께 3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있고, 10월 말엔 반도체 업황의 실마리를 줄 컨퍼런스 콜이 열린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희망 고문을 끝내고 9만전자? 증권가 “매수기회”

그렇다면 이번엔 ‘6만전자’ 늪에서 벗어나 '9만전자'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증권가는 연내 삼성전자 목표주가가 9만원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는 ‘9만전자’를 외치지만 7만원대의 벽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4일 올해 가장 비싼 7만3400원까지 올랐지만, 한달도 안 돼 6만원대로 미끄러졌다. 이후에도 6만원 후반~7만원 초반대에 갇혀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대로 후퇴했지만, 증권가는 오히려 ‘싸게 살 기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D램 가격이 반등을 보여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에 가장 중요한 3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중반대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만 진정되면 (삼성전자) 주가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가 연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도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이유다. 감산 효과로 바닥을 친 재고가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년 가까이 거래를 하지 않던 고객사들의 재고가 바닥을 보이자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9월부터 재주문이 나타나고 있다”며 “감산 영향으로 공급은 적고 수요 개선이 시작된 만큼 이번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 납품을 시작하는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소다.

당장 다음 주 발표되는 3분기 실적부터 업황 회복의 실마리가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은 67조8415억원, 영업이익은 2조2912억원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이 6685억원에 불과했던 2분기와 비교하면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영업이익이 증권가의 당초 예상(2~3조) 보다는 줄어들었지만, 하반기 이후 개선되는 방향성은 뚜렷하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 등 매크로 악재 큰 변수

삼성전자의 ‘6만전자 탈출’은 가능하지만, 주가에 날개를 달아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가 되살아난 반도체 수요를 억누를 수 있어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를 견인하는 건 감산에 의한 공급자 측 요인이 크고 수요 요인은 약하다”며 “주가는 다소 완만하고 느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슈퍼사이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국채 금리가 치솟는 등 급변하는 거시환경 영향도 불안 요소다. 이승우 센터장은 “국내 반도체 기업은 매크로(거시경제) 특히 국채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경기 둔화로 기업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반도체 주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반도체 주가는 경기에 민감하다”며 “최근 여러 미국 경제 선행 지표가 나빠지는 추세라 오름세를 탔던 국내 반도체 주가도 다시 하락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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