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차도, 중고차도 SUV 전성시대…세단은 '신차 효과'에도 주춤

중앙일보

입력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이른바 ‘아빠 차’로 불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현대차의 대표 중형 SUV ‘디 올 뉴 싼타페'.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의 대표 중형 SUV ‘디 올 뉴 싼타페'. 사진 현대차그룹

3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올해 1~8월 판매 실적을 종합한 결과 내수 판매량 중 SUV·소형 픽업트럭 등 레저용차량(RV)의 비중이 61.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0.5%로 사상 처음 60%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이를 가뿐히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등록 차량 중 SUV의 비중은 45%를 기록했다. 여전히 세단의 비중(52%)이 높기는 하지만 엇비슷한 수준이 됐다. 특히 2003년 신규 등록된 수입차 중 세단과 SUV가 각각 79%, 14%였던 것과 비교해 20년 만에 상황이 확 바뀌었다.

지난 8월 기아가 공개한 '더 뉴 쏘렌토'. 뉴시스

지난 8월 기아가 공개한 '더 뉴 쏘렌토'. 뉴시스

중고차 시장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 ‘전통의 강자’인 현대차 그랜저의 인기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최근 싼타페·카니발 등 ‘패밀리카’가 주목받고 있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는 “하반기는 중고차 성수기 시즌인데 지난 8~9월 이용자 검색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그랜저 등 준대형 세단과 함께 넓은 실내 공간을 자랑하는 카니발 등 대형 SUV가 상위 10위권 안에 자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고차 플랫폼 엔카 관계자 역시 “성수기는 물론이고 비수기에도 쾌적한 내부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하는 SUV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SUV의 이런 인기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가족 단위로 차를 이용하는 고객뿐 아니라 1·2인 가구도 캠핑 등 각종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 SUV를 선호한다”며 “앞으로도 그 인기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SUV 인기를 견인한 데는 특히 ‘차박’(차 안에서 잠을 자는 캠핑)의 인기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8월 대표 중형 SUV인 싼타페의 5세대 신형 싼타페를 출시하면서 “시트를 치우면 차 안이 완전히 평평해져 차박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토요타 역시 지난 7월 하이랜더를 내놓으며 ‘실용적인 차박’을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달 신형 GV80을 공개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달 신형 GV80을 공개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반면 세단 모델의 인기는 점점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세단은 그랜저와 쏘나타, 아반떼 등이 신형 혹은 부분변경 모델 등을 내놓아 ‘신차 효과’ 있었음에도 그랜저 외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랜저는 지난해 말 신형이 출시된 이후 올 1~8월 8만 대 넘게 팔려 연간 ‘10만 대 판매’를 곧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쏘나타·아반떼 부분변경 모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단 것이 업계의 평가다.

다른 국내 업체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기아는 1~8월 RV 판매량이 전년 대비 15.3% 늘어났지만, 승용 모델 판매량은 2% 줄었다. 부쩍 SUV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승용 판매량은 지난해와 견줘 각각 81.8%, 48.6% 감소했다. KG모빌리티는 현재 판매 중인 승용 모델이 아예 없다.

도요타의 7인승 준대형 SUV ‘하이랜더’. 사진 도요타코리아

도요타의 7인승 준대형 SUV ‘하이랜더’. 사진 도요타코리아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하반기 SUV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싼타페, 기아 4세대 쏘렌토, KG모빌리티의 전기 SUV ‘토레스 EVX’ 등이 시장에 출격했다. 제네시스도 브랜드 첫 SUV로 큰 인기를 끌었던 ‘GV80’을 새롭게 정비해 공개했다.

수입차 업계도 팔을 걷어붙였다. 하이랜더와 혼다의 8인승 대형 SUV ‘올 뉴 파일럿’ 등에 이어 볼보가 다음 달 브랜드 최초로 소형 SUV인 ‘EX30’을 출시한다. 전기차로는 네 번째 모델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