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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이 상암·송도 두곳서 동시공연…700조 시장 열렸다 [트랜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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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서울 상암동과 인천 송도에서 동시에 버추얼 아이돌의 노래가 야외에서 울렸습니다. 버추얼 아이돌의 무대 영상이 시작되자,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버추얼 아이돌은 실제 아이돌 그룹과 동일한 무대에 서며, 그 인기를 팬들의 환호 속에서 입증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등장한 메타버스 관련 키워드와 함께 수백 명에 달하는 버추얼 휴먼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인기가 조금 식으면서, 많은 버추얼 휴먼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버추얼 휴먼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거나 간단한 제작 도구를 사용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대중화의 길을 열고 있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사진 블래스트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사진 블래스트

버추얼 휴먼이란?

버추얼 휴먼은 인간과 유사한 모습과 행동 패턴을 갖는 가상 인간을 나타냅니다. 이 개념은 다양한 형태와 범위로 나타납니다. 먼저, 2D와 3D 형태로 구분할 수 있으며,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생겼거나 실제 인간과 닮은 형태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외형뿐만 아니라 활동 방식을 기반으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어떤 버추얼 휴먼은 실제 인간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다른 방식으로는 A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동작합니다. 일반적으로 버추얼 휴먼은 인간의 형상을 가진 가상 존재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통입니다. 과거의 버추얼 휴먼은 미리 녹화되거나 제작된 영상만을 제공해 실시간 소통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버추얼 휴먼은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며, 이를 위해 인간 대신 AI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콘텐트입니다. 기존의 버추얼 휴먼은 주로 영상에 등장해 제품을 홍보하거나 정해진 스토리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버추얼 휴먼은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트를 제작하고 전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제 버추얼 휴먼은 단순히 외형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트를 지속해서 제공합니다. 버추얼 휴먼 자체도 콘텐트의 일부이지만, 버추얼 휴먼이 만들어 내는 콘텐트가 대중에게 전달돼 소비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콘텐트 생산이 가능한 버추얼 휴먼 시장은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이머전리서치는 연평균 36.4%의 성장률로 버추얼 휴먼 시장이 2030년에 5275억 달러(약 700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MZ 세대의 58%가 최소 1명 이상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많은 기업이 직접 버추얼 휴먼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거나 생성형 AI가 제작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게임 업체들은 게임 개발을 통해 축적한 캐릭터 개발 및 디자인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 대형 게임 업체들은 직접 버추얼 휴먼을 제작해 광고·게임 내 캐릭터로 활용합니다. 버추얼 휴먼을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사건 사고도 없으며 광고·마케팅 효율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연출이 가능한 기술. 사진 엔비디아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연출이 가능한 기술. 사진 엔비디아

버튜버와 버추얼 아이돌 전성시대

버추얼 휴먼은 버추얼 인플루언서, 버추얼 스트리머, 버추얼 아이돌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입니다. 유튜브, 트위치와 같은 실시간 방송이 가능한 플랫폼에서 직접 시청자와 소통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본격적인 등장은 2016년 일본의 '키즈나 아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에도 아바타를 이용한 유튜버 활동은 있었지만, 키즈나 아이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유튜브 시작 1년 만에 100만 구독자를 돌파하는 등 주목받았습니다. 이로써 버추얼 휴먼과 유튜버가 결합한 '버튜버' 시장이 확장됐고, 일본에서는 이를 제작하고 관리하는 두 개의 기업인 애니컬러와 커버가 일본 증시에 상장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연간 2,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은 4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성장 중입니다.

한국에서도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세계아이돌', '메이브’(MAVE:)', '플레이브(PLAVE)', '이터니티(Eternity)' 등 버추얼 아이돌 그룹은 콘서트, 굿즈 판매, 앨범 판매량 등에서 실제 아이돌 못지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수백만 회에서 수천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멜론과 빌보드 같은 음악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튜브와 트위치 등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휴먼들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버추얼 휴먼 채널이 많이 존재하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버튜버를 전문으로 제작하고 MCN처럼 관리하는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실제 아이돌과 같이 데뷔 전 티저 영상을 공개하고 데뷔 일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음원을 공개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유니티, 블렌더와 같은 전문 제작 도구를 사용해야 버추얼 휴먼을 제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폰 하나만 있어도 버추얼 휴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모션 캡처까지 가능한 버추얼 휴먼을 제작하려면 장비를 마련하는 비용이 필요하지만, 무료로 공개된 제작 도구를 활용하면 버추얼 캐릭터를 만들고 실시간 방송을 하는 것도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제작하는 도구 중 하나인 브이로이드 스튜디오(VRoid Studio)를 사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캐릭터를 생성하고, 애니메이즈(animaze)와 같은 움직임이 가능한 도구를 활용하면 높은 퀄리티는 아니어도 충분히 버추얼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제페토(Zepeto)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2D나 3D 캐릭터를 만들 수 있으며, 모션 트래킹 기능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갖춘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버추얼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 사진 브이로이드 스튜디오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버추얼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 사진 브이로이드 스튜디오

버추얼 캐릭터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이미 예전부터 우리가 즐기고 있던 콘텐트입니다. 게임이나 만화 캐릭터를 떠올리면 버추얼 휴먼은 익숙합니다. 기술적인 난도가 있었지만, 제작 진입 장벽도 낮아졌고 아이폰만 있어도 버추얼 캐릭터 제작이 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 AI가 생성한 미국 졸업 앨범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서비스하는 에픽(EPIK)은 사용자가 제출한 이미지를 활용해 90년대 미국 졸업 앨범 느낌의 사진을 AI로 만듭니다. 이렇게 AI로 생성되는 가상 인물의 이미지는 넓은 의미로는 버추얼 휴먼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실제가 아닌 버추얼 휴먼, 즉 나의 모습을 한 AI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AI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주는 서비스. 사진 에픽

AI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주는 서비스. 사진 에픽

과거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부끄러운 대상으로 생각해 오타쿠라고 비하하고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대한 덕질을 음지에서 몰래 즐기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Z세대와 알파 세대는 버추얼 캐릭터를 소통이 가능한 하나의 존재로 인식합니다. 과거 90년대 사이버 가수 아담이 등장했을 때 저 캐릭터는 '가짜'라고 생각했던 대중이 이제는 버추얼 캐릭터를 가짜, 진짜와 관계없이 나와 함께 소통하고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합니다.

버추얼 아이돌이나 버튜버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대중이 이러한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온라인과 가상 캐릭터 등에 그 누구보다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이 버추얼 휴먼이나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버추얼 휴먼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굳이 버추얼 휴먼을 실제 인간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보다는 새로운 콘텐트, 즐길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면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버추얼 휴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버추얼 휴먼의 시대가 열리기 위한 기술적, 사회적 준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재능이 있지만,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는 버추얼 휴먼이 현실의 연령과 성별, 외모 등을 뛰어넘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는 웹3 전문 기업인 비트블루를 공동창업했다.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웹3.0과 디지털 경제 등 IT 분야에 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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