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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기소냐 분리 기소냐…영장 기각 여파에 복잡해진 檢 셈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기소를 앞둔 검찰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시기와 방법을 두고서다. 구속영장 청구 전 검찰에선 “기각될 경우 영장 재청구 없이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을) 일괄해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2일 복수의 검찰관계자에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중앙지검과 수원지검에서 고민할 것”이라는 유보적인 답변이 나왔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원에서 공범인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과 추가 수사가 있어 대북송금 사건을 원래 관할인 수원지검에 다시 내려보낼지 고심 중”이라며 “개별 사건의 기소 및 영장 청구 여부도 판단을 따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미 수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관된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을 일괄해 기소하는 방안과 대북송금 의혹은 다시 수원지검으로 돌려보내 여죄 수사 결과와 함께 시간차를 두고 기소하는 방안 모두가 열려 있는 선택지라는 취지다. 후자는 3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선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구속영장 기각 직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구속영장 기각 직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셈법이 복잡해진 건 지난달 27일 영장실질심사의 결과의 여파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두 가지 핵심 혐의의 입증 정도를 문제삼았다.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을 보였고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이 대표 관여가 있었다고 볼 상당한 의심이 들지만, 방어권을 배척하기 어렵다”는 시선을 드러냈다. 두 혐의 다 무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제1야당 대표에 대한 1년 넘는 수사의 결과인 두 가지 핵심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선고가 내려질 경우 검찰이 받는 타격은 걷잡을 수 없다”며 “검찰에겐 악몽같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혐의를 다시 쪼개 기소하는 방안은 통상적이지 않은 길이다. 또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전부 무죄라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 여러 사건을 한꺼번에 기소해 조금이라도 유죄 가능성을 높이는 게 정석”이라고 말했다. 부패사건을 다수 처리해 본 판사 출신 변호사는 “거물급 정치인의 여러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다는 건 법관에게도 적잖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분리 기소를 열린 선택지로 두고 고심하는 건 영장심사 이후 재판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모 아니면 도’식의 결과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진단이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새 대법원장이 언제 임명될지 그에 따른 법관 인사 변동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어 재판부 배당 리스크가 크다는 게 기소 전략 수립에 변수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1심 재판부가 둘로 나뉘도록 각각 기소하는 것이 리스크를 분산하는 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송금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돌려보내면 수사가 계속중인 ▶쌍방울그룹의 이 대표에 대한 불법 후원금 의혹 ▶증거인멸 등 사법방해 의혹 등에서 나오는 이 대표의 추가 혐의와 함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대장동 50억 클럽’ 사건에선 지난 6월 30일 청구한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31일만인 7월31일 재청구해 결국 구속한 전례도 있다. 분리 기소는 이미 선거법 위반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재판 대응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안이기도 하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 전략을 확정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월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과 그 후 법원 인사를 지켜본 후에 처리 방식을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장기간 수사를 한 후 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에 여기서 보완수사를 한다고 해도 더 나올 게 없어 보이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검찰은 더 깊은 정치 공방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1.2차 수사 사건 혐의들 그래픽 이미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 1.2차 수사 사건 혐의들 그래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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