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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매일 6600만명 찾는 로블록스 “가상세계는 대세, 온오프 밸런스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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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 타미 바우믹 시민의식 및 파트너십 부사장이 12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로블록스 타미 바우믹 시민의식 및 파트너십 부사장이 12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뜨거웠던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열기는 엔데믹 이후 놀랍도록 차갑게 식었다. 한때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마법의 주문’이었지만 지금은 ‘금기어’에 가까워졌다. 찾는 사람 없이 파리만 날리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들도 여럿.

이 와중에 여전히 뜨겁게 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다. ‘초통령 게임’ ‘게임계 유튜브’로 불리는 로블록스(Roblox)다. 지난 2분기 기준 로블록스 하루 평균 이용자는 6550만 명. 전년 동기 대비(5220만명) 25% 이상 늘었다. 1200만 명에 달하는 개발자·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다양한 게임과 매력적인 3차원 가상공간, 여기서 생긴 끈끈한 커뮤니티가 성장 원동력이다. 지난해 1년간 이용자들이 로블록스에서 보낸 이용 시간은 총 493억 시간, 플랫폼에 올라온 새로운 체험(게임)은 총 580만 개에 달했다.

트와이스는 로블록스에 몰입형 체험공간 트와이스 스퀘어를 운영 중이다. 사진 로블록스

트와이스는 로블록스에 몰입형 체험공간 트와이스 스퀘어를 운영 중이다. 사진 로블록스

요즘 로블록스의 최우선 과제는 ‘핫플’이 된 3차원 가상공간 내 안전 확보다. 특히 이용자 중 13세 미만 비중이 43%(2분기 기준)일 정도로 어린이·청소년 이용자가 많아, 가상공간 내 사건사고 발생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회사가 지난달 ‘온라인공간에서 시민성 향상을 위한 백서’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

중앙일보 팩플은 타미 바우믹(Tami Bhaumik) 로블록스 시민의식 및 파트너십 부사장을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소재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2016년 로블록스에 합류한 바우믹 부사장은 시민성을 키워 안전한 디지털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시민의식 이니셔티브’(Digital Civility initiative)를 2019년부터 주도했다. 바우믹 부사장은 “온라인에서 안전한 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로블록스가 반드시 해야 하는 책무”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민의식 이니셔티브란 뭔가.
2019년 한 로블록스 이용자의 어머니와 대화에서 시작됐다. 8세 딸이 로블록스에서 다른 이용자의 아바타 때문에 안 좋은 경험을 했다고 했다. 얘길 나누다 보니 그 어머니는 로블록스가 뭔지도 잘 몰랐고, 당연히 자녀보호 기능도 몰랐다. 그 대화 이후 어린이들 말고도 청소년, 교사, 부모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로블록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 사람들이 부정적 경험을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디지털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쌓지 않도록 뭘 하는 건가.
세 가지 구조로 추진 중이다. 일단 심리학자, 소아과 전문의 등 글로벌 전문가들과 파트너십(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증거 기반 데이터를 통한 연구다. 인터넷에는 검증되지 않는 정보가 넘쳐난다. 파트너십을 구축한 이들과 함께 어떤 게 문제고 어떤 게 문제가 아닌지 연구 중이다. 세 번째로 이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부모, 교사 모두를 위한 교육 자료를 만들고 있다. 디지털 시민의식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로블록스 등 가상공간에서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온라인 세계에 건전한 시민을 육성하는 게 목적이다.
로블록스가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인 아바타 음성서비스 '로블록스 커넥트' 이미지. 사진 로블록스

로블록스가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인 아바타 음성서비스 '로블록스 커넥트' 이미지. 사진 로블록스

로블록스는 지난달 보스턴 어린이병원 등과 함께 ‘‘온라인공간에서 시민성 향상을 위한 백서’를 발표했다. 디지털 시민의식 이니셔티브 관련 첫 번째 결과물이다. 백서는 향후 10년 내 온라인 공간을 현실 세계보다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설 하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권고 사항이 담겼다. 백서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의 거의 절반(46%)이 온라인에서 사이버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

온라인 세계에서 시민성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건가.
‘앱, 플랫폼, 정책 및 자원 설계 과정에 청소년을 비중 있게 참여시킨다’가 우선이다 . 많은 대기업이 내는 제품들에 청소년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게임, 헤드폰, VR(가상현실) 기기 등 기술 소비 제품 전반에 청소년 의견을 반영하자는 제안이다. 두 번째는 ‘기술 관련 정책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일관성있는 정책을 함께 만들고 지키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디지털 시민의식 관련해 교육을 제공하자’다. 로블록스부터 이런 권고사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로블록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디지털 공간을 안전하게 만드나.
메인 화면뿐만 아니라 일단 플랫폼 내 모든 게임에 신고 버튼이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사한다. 하루 이용자가 6550만 명이다보니, 이 신고를 처리하는 전문가만 수천명인 팀을 운영하고 있다. 위반 정도를 평가해 심각도에 따라 계정을 차단한다. 그 평가 기준은 어떤 체험(게임)인지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e스포츠에서는 다소 거친 표현이 오갈 수 있지만, 같은 말이라도 아동 게임에서는 부적절할 수 있다. 우리 정책팀에서 아동심리학자들과 함께 적절한 정책 수위를 결정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온라인 괴롭힘 같은 상황이 이미 다 벌어진 뒤에 대처하면 너무 늦은 것 아닌가.
그 질문에는 AI가 답이 될 수 있겠다. 현재 우리는 사이버 괴롭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만들고 있다. 향후 수년 내 AI를 기반으로 온라인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가상공간이 안전한 것도 중요하겠지만, 부모들은 안전 여부와 상관없이 그런 가상공간에서 아이들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를 걱정한다.  
그런고민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사실, 연령과 무관하게 스크린 타임이 늘어나는 건 거대한 흐름이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양보단 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루에도 몇번씩 거리낌 없이 오간다. 온라인상에서 만나 숙제도 하고 다양한 활동도 한다. 즉 디지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양질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단 의미다. 물론 당연히 우리도 로블록스에서 모든 사람이 인생의 전부를 보내길 원치 않는다. 밖에 나가서 친구를 만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길 원한다. 온라인의 삶과 오프라인의 삶이 밸런스(균형)이 잡혀야 한다.
로블록스 타미 바우믹 시민의식 및 파트너십 부사장이 12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로블록스 타미 바우믹 시민의식 및 파트너십 부사장이 12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온·오프라인의 밸런스 중요하다는 건 아는데, 어떻게 그 균형을 잡나.
나는 부모들에게 ‘의사결정에 자녀 의견을 반영하라’고 추천한다. 규칙을 일방적으로 정해서 지키라 하면 갈등이 커진다. 건강한 습관이 무엇인지를 부모와 자녀 간 대화로 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도 알아야 한다. 부모가 나서서 로블록스가 뭔지 자녀에게 물어보고 대화하다 보면 건전한 관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식었다. 로블록스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데, 어떻게 보나.
우리는 한번도 우리가 메타버스 회사라고 생각한 적 없다. 우리는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로블록스에 와서 배우고 창작하고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되길 원한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를 통해서나 다른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고자 한다. 메타버스라는 틀 안에서 우리를 정의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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