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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파란 알약 먹으면 갈 수 있나?…매트릭스 메타버스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영화 매트릭스 속 세계를 정교하게 현실처럼 구현한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가 등장했다. 모바일 다음 대세로 떠오르는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무슨 일이야

에픽게임즈는 기술 데모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언리얼 엔진 5 익스피어리언스’(The Matrix Awakens: An Unreal Engine 5 Experience)를 최근 공개했다. 내년 정식 출시 준비 중인 게임 제작 도구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서 만든 메타버스다.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에스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뭘 만들었어?

에픽게임즈는 매트릭스 세계관을 활용한 기술 데모, '매트릭스 어웨이큰'을 공개했다. 데모에 출연한 매트릭스 주인공 캐리 앤 모스와 디지털 휴먼 [사진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는 매트릭스 세계관을 활용한 기술 데모, '매트릭스 어웨이큰'을 공개했다. 데모에 출연한 매트릭스 주인공 캐리 앤 모스와 디지털 휴먼 [사진 에픽게임즈]

매트릭스는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상현실에 반기를 들고나온 인간과 AI와 대결을 그린 영화. 영화 속 가상현실은 지금으로 치면 현실을 복사해 붙여놓은 것 마냥 정교한 ‘디지털 트윈’형 메타버스다. 에픽게임즈는 워쇼스키 감독과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등 주연배우, 매트릭스 3부작에 참여한 제작진들과 협업해 이 세계관을 이식한 메타버스를 창조했다. 말하자면 영화 속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빨간 알약(현실 세계) 대신 파란 알약(진짜라 믿었던 가상 세계)을 먹었다면 살았을 그 세계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에픽게임즈 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기술 데모를 체험했다.

① 축구장 2212개 넓이 메타버스: 기술 데모는 디지털 휴먼으로 구현된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등 매트릭스 주인공들이 차를 타고 쫓아오는 AI 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도입부로 시작된다. 실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자동차 추격신이 끝나면 도시를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우선 압도되는 것은 거대한 규모. 가상 도시 전체 크기는 15.79㎢로 축구장(7140㎡) 2212개에 해당하는 넓이다. 도시 내 도로 길이는 260㎞, 건물 수는 7000개에 달한다. 도로를 오가는 자동차 대수는 1만 7000대, 주차된 차량은 4만 5073대다. AI로 구현된 디지털 휴먼 3만 5000명이 도시 곳곳을 오간다.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내 장면. [사진 데모 영상 캡처]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내 장면. [사진 데모 영상 캡처]


② 타는 것도, 부수는 것도 모두 가능: 메타버스를 표방한 게임, 가상세계는 기존에도 많았다. 이번 데모가 특별한 지점은 정교한 현실 묘사, 디테일에 있다. 도시 내 건물은 벽돌부터 모양까지 제각각이다. 기존 콘텐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같은 모양 건물을 ‘복붙’해놓은 수준이 아니다. 실제 현실에서 접할 법한 제각각 개성있는 건물들이 구현돼 있다.

도시 내 주차된 차량은 모두 탈 수 있다. 차를 몰고 도시를 드라이브하는 것도 가능. 다른 차와 부딪히면 해당 부위만 부서진다. 큰 차량은 충돌 시 파손 정도가 작게 나타나기도. AI로 구현된 디지털휴먼은 나와 부딪히면 반응한다. 차를 타면 이쪽을 본다. 차량이 다니는 도로 밑으로 지나가면 실제 도로 밑 처럼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신광섭 에픽게임즈 코리아 엔진 비즈니스 리드는 “거대 도시 내 건물·사람·차가 모두 실시간 렌더링으로 이용자 화면에 구현된다”며 “건물 하나하나 벽돌 모양, 차량 파손되는 부분까지 각기 다른 특성을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수준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③ 낮과 밤도 마음대로 : 거대한 도시는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작이 가능하다. 낮과 밤 설정부터, 사람 수, 차량 수 모두 조절할 수 있다. 시간대에 따라 건물, 사람 그림자도 반영된다.

에픽게임즈는 매트릭스 세계관을 활용한 기술 데모, '매트릭스 어웨이큰'을 공개했다 [사진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는 매트릭스 세계관을 활용한 기술 데모, '매트릭스 어웨이큰'을 공개했다 [사진 에픽게임즈]

이게 왜 중요해  

요즘 메타버스는 빅테크 격전장이다. 인터넷 다음 IT산업 핵심 플랫폼은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페이스북은 이름까지 ‘메타(Meta)’로 바꿀 정도로 3차원 가상공간 플랫폼 조성에 ‘올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과 이를 실제 세계와 연결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융합해주는 기술의 총집합인 아크버스를 선보였다.
에픽게임즈는 그런 메타버스 생태계 글로벌 선두주자로 불린다. 이용자 3억 5000만명이 쓰는 1인칭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이자 게임 제작 도구 언리얼 엔진 개발사여서다. 언리얼 엔진은 기어즈 오브 워, 바이오쇼크 등 글로벌 히트 게임 제작에 사용된 도구다. 3D(차원) 콘텐트를 만드는데 최적화돼 있다. 국내에서도 리니지W, 오딘: 발할라 라이징, 미르4 등 주요 게임 개발에 쓰였다. 최근엔 영화 등 3D 콘텐츠 제작 툴로 쓰임새를 넓혀가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에서도 언리얼 엔진4가 사용됐다.

에픽게임즈는 매트릭스 세계관 기반 기술 데모 '매트릭스 어웨이큰'을 공개했다. 15.79㎢에 달하는 도시를 가상공간에 구축했다. [사진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는 매트릭스 세계관 기반 기술 데모 '매트릭스 어웨이큰'을 공개했다. 15.79㎢에 달하는 도시를 가상공간에 구축했다. [사진 에픽게임즈]

이번 기술 데모가 주목받은 이유는 내년에 정식 출시되는 언리얼 엔진5를 통해 실사에 가까운 가상 공간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소수 인원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만든 데모가 이 정도라고 강조했다. 수백명이 몇 년씩 매달려야 했던 메타버스 제작이 더 쉬워진다는 의미. 지금까진 로블록스처럼 현실과 다른 가상공간이 메타버스로 주목받았지만 앞으론 디지털 트윈에 가까운 실사형 메타버스로 무게 중심축이 옮겨갈 수도 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는 “앞으로 구현될 메타버스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기술 데모”라며 “작은 규모 회사도 앞으론 메타버스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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