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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도 中경제도 시들한데, 유가 오른다…추석 이후 경제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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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추석 연휴를 앞둔 25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이 시민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앞둔 25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이 시민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가 지나면 어느새 10월이다. ‘연말’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 경기가 침체하다 하반기 반등)’ 경제 전망에 따르면 벌써 반등의 신호가 켜졌여야 한다. 하지만 연말 문턱에 선 지금 한국 경제 기상도는 여전히 ‘시계(視界) 제로’에 가깝다. 적신호를 켠 수출과 중국, 국제유가 3가지 복병을 중심으로 연말 경제 기상도를 전망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수출 부진’ 언제 탈출하나=대한민국에 붙는 수식어 중 하나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8%다. 하지만 올해 수출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그나마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무역수지는 지난 6월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수출 반등에 기대를 건다. 김완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자동차나 선박 등 우리 수출을 이끌어 온 주력 품목이 호조세를 보이고 반도체 업황도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만큼 4분기에 월별 수출 실적 중 플러스를 기록하는 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종별로 온도 차가 있을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국내 13대 주력산업 중 조선(50.8%)·2차전지(9.2%)·철강(3.8%) 등은 수출 증가, 정유(-22.5%)·정보통신기기(-13.6%)·반도체(-12.8%) 등은 수출 감소를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줄면 GDP는 0.78% 감소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품목 중 덩치가 큰 자동차는 지난해부터 계속 수출 호조였지만 나머지 품목의 반등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경제가 살아나려면 수출이 중요하고, 수출이 살아나려면 반도체 부문의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반도체가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출이 조기에 회복하지 않을 경우 내년까지 ‘L자형’ 장기 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들한 중국 경제=변수로 등장한 게 중국이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는 1분기 기준 19.5%로 여전히 높다. 반도체 수출의 절반이 중국에서 발생할 정도다. 하지만 올해 여름 잇달아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중국발(發) 경고등이 켜졌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4.5% 줄었다. 중국 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도 부동산 매출 1위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며 잔뜩 얼어붙었다.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 특수’도 예전만 못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불쏘시개가 돼야 할 소비 심리가 아직 차갑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마이너스 물가상승률, 역대 최고 청년 실업률 등이 근거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성장률이 4%대 아래로 내려갈 경우 한국도 반도체를 비롯해 수출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ㆍ경상수지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만큼 국내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 발간한 ‘우리 경제의 중국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79.6%)이 소비재(3.4%)보다 크다. 중국 내수가 1% 감소해도 한국 GDP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치솟는 국제유가=수출이나 반도체, 중국보다 실물 경제에 와 닿는 변수가 국제유가다. 에너지의 94.3%(지난해 기준)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꿈틀대고 있다. 이달 들어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가 각각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연중 최고치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연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선언한 데다, 러시아도 연말까지 원유 수출을 하루 30만 배럴 줄이기로 하면서다.

국제유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뉴욕상업거래소, ICE 선물거래소]

국제유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뉴욕상업거래소, ICE 선물거래소]

국제유가는 물가 흐름과 밀접하다. 당장 지난 6~7월 2%대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8월 3.4%로 올랐다. 한은은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3.5%로 전망했다. 하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84달러란 전제에서다. 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USB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유가가 하반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전제가 어긋날 경우 물가가 예상보다 더 튈 수 있다는 얘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고물가 추세가 지속하면 통화 정책의 운신 폭이 좁아진다”며 “재정을 쏟을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경기 반등 가능성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라는 건 기정사실이다. 기획재정부(1.4%)나 한국은행(1.4%)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1.4%)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 같은 국제기구도 1%대 성장이 ‘컨센서스(전망 평균치)’다. GDP 성장률이 2%대 아래로 떨어진 건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5.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0.7%) 등 5차례에 불과하다. 하반기 반등이 예상에 못 미칠 경우 ‘상저하중(上低下中)’에 가까워지며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정부는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갈수록 대외 여건 개선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훈 기재부 종합정책과장은 “국내외 경제 전망기관 대부분이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의 2배 수준으로 반등하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주요국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준(2% 초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최근 성장 둔화, 수출 부진이 주로 대외 여건 악화 때문인 만큼 올 하반기, 내년으로 갈수록 회복세가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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