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성묫길, 트랙터까지 동원…비슷한 듯 다른 北추석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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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는 지난해 추석 당일인 9월 10일 '제18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 결승전을 녹화 방송했다. 매체가 이 대회를 추석 당일 방송에 편성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대황소상 씨름경기는 생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개최됐으나, 2020년과 2021년 추석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자연재해의 여파로 추석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편성에서 빠졌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지난해 추석 당일인 9월 10일 '제18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 결승전을 녹화 방송했다. 매체가 이 대회를 추석 당일 방송에 편성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대황소상 씨름경기는 생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개최됐으나, 2020년과 2021년 추석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자연재해의 여파로 추석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편성에서 빠졌다. 연합뉴스

북한에서도 추석은 대표적인 민속명절이다. 하지만 올해 북한 달력을 살펴보면 당일인 29일 하루만 쉰다. 임시공휴일과 개천절까지 이어 엿새 간의 긴 연휴를 보내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민속명절은 북한 정권 수립 초기부터 '봉건잔재(封建殘滓)'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일성은 1967년 5월 "봉건잔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교시를 내렸고, 추석과 음력 설 등은 한때 북한 달력에서 사라졌다. 그랬던 추석이 다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다.

당시 북한 당국은 조총련을 비롯한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고향 방문 사업을 추진했는데, 성묘는 동포들의 중요한 방북 목적 중 하나였다. 이런 과정에서 민속명절은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낡은 유물이라고 배척받던 성묘는 1972년부터 허용됐고, 대표적인 명절인 추석과 음력 설도 1988년과 1999년에 각각 복원됐다.

노동신문은 지난 2월 6일 "사랑과 정으로 아름다운 사회주의생활과 더불어 우리 식의 멋과 향기가 나날이 꽃펴 나는 내 조국에 민속명절 정월대보름의 정서가 한껏 넘쳐났다"라며 각지에서 정월대보름을 맞아 행사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지난 2월 6일 "사랑과 정으로 아름다운 사회주의생활과 더불어 우리 식의 멋과 향기가 나날이 꽃펴 나는 내 조국에 민속명절 정월대보름의 정서가 한껏 넘쳐났다"라며 각지에서 정월대보름을 맞아 행사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주민들의 추석 풍경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추석 당일에는 송편·설기떡이나 지짐·전 등 음식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묘를 찾는다. 집에서 가까운 경우에는 대부분 걸어서 다녀오지만, 평양과 같은 일부 대도시에서는 성묫길에 차량을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추석은 평양에서 차량이 가장 많이 동원되는 날 중에 하나"라면서 "시내와 외곽에 있는 공동묘지를 오가는 버스가 배차되지만,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해 공장·기업소에 등록된 트럭·트랙터까지 거리로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의 명절 귀성·귀경길 정도의 극심한 교통체증은 아니지만 도로가 성묘 인파와 차량으로 혼잡하다는 설명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부 부유층의 경우에는 문어·순대·털게는 물론 파인애플·바나나와 같은 수입과일까지 성묘상에 올리지만, 가난한 주민은 소주병 하나만을 들고 조상을 찾는다고 한다. 묫자리를 단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묘비에 고인의 영정을 조각하고 묫자리 주변을 대리석으로 꾸며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한다. 반면 일반 주민들의 경우에는 변변한 묘비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018년 2월 8일 오전 강원도 강릉선수촌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입촌식에서 선수들이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뉴스1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018년 2월 8일 오전 강원도 강릉선수촌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입촌식에서 선수들이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뉴스1

성묘를 마친 추석 당일 오후에는 각 지역 공원에서 민속놀이가 펼쳐진다. 주민들은 씨름·그네뛰기·소싸움·강강술래 등을 즐긴다. 달맞이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저녁 시간대 TV에서는 외화를 더빙해 방영하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 때문에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경계가 느슨해지는 명절 저녁 외화 방영 시간을 틈타 탈북을 감행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탈북자의 증언도 있었다.

물론 북한에서 최고 명절은 정치 기념일인 김일성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생일(2월 16일)이다. 북한 당국은 매년 이들의 생일을 기념해 가정마다 특별배급을 하고 아이들에겐 당과류(과자·사탕 등) 간식을 선물로 제공하면서 김씨 일가의 우상화에 힘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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