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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벨트' 지면 치명타…나경원·한동훈vs고민정·임종석 칼 뽑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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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왼쪽부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 고민정 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왼쪽부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 고민정 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한강벨트’가 내년 4·10총선 수도권 판세를 가를 핵심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당이 서울 강남권에서, 야당이 강북권에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특정정당 지지세가 뚜렷하지 않은 한강벨트에서의 승패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어서다.

내년 총선의 서울 지역구 49개 중 한강벨트로 불리는 곳은 총 15개다. 마포갑·을, 용산, 중-성동갑·을, 광진갑·을, 강동갑·을, 동작갑·을, 영등포갑·을, 강서을·병 등 한강에 인접한 지역구다. 민주당에 호의적인 젊은 유권자가 비교적 많지만, 각종 개발이슈에 예민한 국민의힘 지지성향의 중산층도 적지 않게 사는 특징을 가진 곳이다.

그렇다보니 이곳 선거결과는 자주 변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한강벨트 15개 지역구 중 용산을 제외한 14개를 더불어민주당이 얻었지만, 지난해 대선에서는 한강 인접 8개구 가운데 강서구를 제외한 7개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더 많은 득표를 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성동구청장을 뺀 7개 구청장 자리를 국민의힘이 가져갔다. 정치권에서는 “민심의 출렁임이 심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말이 나온다.

①권영세·나경원·김성태 vs 정청래·고민정·추미애

일단 여야는 ‘인물론’을 앞세워 한강벨트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인지도가 높고, 중량감 있는 인사를 배치해 유권자 이목을 끌겠다는 것이다. 특히 21대 총선에서 한강벨트 대부분을 내준 국민의힘은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용산이 지역구인 4선 권영세 의원은 입각한 의원 중 가장 먼저인 지난 7월 국회로 돌아와 선거를 위해 뛰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동작을에서 민심을 다지고 있고 김성태 전 의원도 자신의 옛 지역구인 강서을 당협위원장을 최근 맡으며 진성준 민주당 의원과의 리턴매치를 준비 중이다. 재선 의원 출신인 오신환 전 의원은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현역 의원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역시 야권 지지층에게 팬덤이 있는 인사를 한강벨트의 간판으로 내세웠다. 친명계로 강성 당원의 지지를 받는 정청래 의원(마포을)이나, 친문계로 대중성이 높은 고민정 의원(광진을)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비판해 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용산 출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들이 한강벨트에 나서면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당은 한강벨트 15개 지역구 중 14개를 점한 만큼 현역 프리미엄도 앞세우고 있다. 의정보고회를 열어 예산확보와 숙원사업 해결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천 과정에서 ‘맞춤형 저격수’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야당은 이미 선수가 정해져 있다. 우리는 그에 맞춰 최대한 중도층을 흡입할 수 있는 인물을 낼 것”이라고 했다.

②급등한 한강변 아파트값…민심 향배는

최근 급등한 한강변 아파트값은 한강벨트 선거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강변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유권자 지형에도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과거 한강벨트에는 민주당 지지성향의 40대가 비교적 많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국민의힘 지지성향의 60세 이상 인구가 상당히 늘었다”며 “서로 다른 지지성향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아파트 모습. 뉴스1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구별 아파트매매가 지수는 2017년 4분기를 100이라고 가정할 때 올해 2분기 현재 용산구(169.8), 성동구(166.1), 영등포구(166.1), 마포구(156.6), 광진구(154.5), 동작구(152.1), 강서구(147.1) 등이었다. 한강에 접하지 않은 관악구(146.4), 은평구(140.1)보다 상승 폭이 컸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문제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의 승패를 갈라 뼈 아팠다”(조정식 사무총장)는 말이 나왔다. 이에 민주당에선 한강변 주거여건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의 측면지원을 적극 활용할 태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을 발표했는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한강벨트 개발이슈를 낸다는 계획이다.

③선거 이끌 새 인물론...한동훈 vs 임종석

차후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접어들면 수도권 선거를 이끌 새로운 인물이 배치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경기도와 포럼 사의재, 한반도평화포럼 등의 주최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5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경기도와 포럼 사의재, 한반도평화포럼 등의 주최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5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여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차출론이 거론된다. 특히 여당 텃밭인 강남권보다는 한강벨트인 마포 등에 출마할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의원은 “한강벨트 격전지에 출마해 승리하면 한 장관의 정치적 무게감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출마지로는 임 전 실장이 16·17대 의원을 지냈던 중-성동갑이 꼽힌다. 이 역시 한강벨트 중 하나다. 민주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 2인자였던 임 전 실장이 선거에 나서면 한강벨트에서 정권심판론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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