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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는 남의 나라 얘기…'특강' 뜨는 대치동에 지방서도 러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가 모습. 건물마다 학원 간판이 즐비해 있다. 이후연 기자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가 모습. 건물마다 학원 간판이 즐비해 있다. 이후연 기자

“대치동 달력은 일반 달력이랑 다르죠. 남들 쉬는 ‘황금연휴’는 학원가 ‘황금특강’ 기간일 뿐이에요.”

서울 관악구에 사는 고3 학부모 이모(48)씨는 “해외여행 간다는 친구들도 있고, 친척들은 모이기로 했지만 나는 다 빠지기로 했다”고 했다. 연휴에도 학원에 가는 아들 운전기사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추석 연휴와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 동안 아들을 매일 대치동 학원가에 데려다 줄 계획이다. 학원을 옮기며 종일 수업이 이어지다 보니 학원 간 동선도 미리 짜두고 점심·저녁 식사를 챙길 곳도 알아놨다. 그는 “긴 연휴에 공부 습관이 느슨해질까 봐 집 근처 대신 대치동으로 추석 특강을 신청했다”며 “상담을 받아보니, 내가 하는 정도는 다른 학부모와 비교해 아무것도 아니더라”고 했다.

수능 D-50일, ‘연휴 특강’ 몰리는 대치동 학원가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긴 추석 연휴에도 학원을 찾는 학생이 적지 않다.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예년보다 늘면 늘었지, 결코 학원생 수가 줄지 않았다”며 “수험생 학부모에게 올해 ‘황금연휴’는 수능 ‘D-50일’(27일 기준)일 뿐”이라고 했다.

연휴 동안 학원에선 ‘한국사 Final 특강’ ‘수리논술 특강’ 등이 열린다. 2~3시간 단위로 진행되는데, 대형 학원의 경우 한 회에 9~10만원 선이다. 오전·오후 빽빽하게 특강을 듣는다면, 하루 수강료만 약 30만원에 달한다. 자율학습비·식비·교통비까지 합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그나마 대형 학원은 가격이 싸다. 소규모 학원 중에는 더 비싼 곳도 많다”고 했다.

지방에서도 SRT 타고 대치동으로…“시댁·처가 스트레스가 낫다”

연휴가 길어진 만큼 학원가 추석 특강 규모도 커지고 참여 학생도 많아졌다. ‘사교육 메카’로 불리는 대치동 쏠림 현상도 강하다. 긴 연휴에 지방에서도 대치동을 찾는 사람이 더 늘었다는 게 학원가 설명이다. 지방에서 수서고속철도(SRT)를 타고 수서역까지 오면 대치역까지 지하철로 금방 이동할 수 있어 예전보다 접근성도 좋아졌다.

추석·개천절 연휴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학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추석·개천절 연휴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학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연휴 내내 대구에서 대치동까지 등하원 하려는데 열차 티켓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도 있다”며 “이번 기회에 ‘대치동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겠다고 아이를 데리고 오는 학부모가 많다”고 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한 수험생 학부모 김모(47)씨는 “남들 귀성할 때 귀경하고, 다른 사람들 귀경할 때 귀성하는 게 수험생 학부모”라고 말했다.

‘단기 임대방’ 구하기도 전쟁…“연휴 너무 길다” 한숨도

아예 연휴 동안 단기임대로 대치동에 지낼 곳을 정한 학부모·학생도 많다. 대치동에서 수험생 대상 숙식을 제공하는 ‘학사’를 운영하는 이모(58)씨는 “우리 학사는 이미 오래전에 방이 다 마감됐다”며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집을 개조해서 학사로 만들거나, 단기 임대를 내놓고 집주인은 다른 곳에 여행가는 경우도 꽤 있다”고 했다.

대치동에서 부동산업체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재수생이 늘어나다 보니 장기임대로 거주하는 학생들이 많아 연휴에 단기 임대할 물량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며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괜찮은 곳은 월 15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재수생 학부모는 “한 달 미만의 단기임대를 구하려 했는데 결국 딱 맞는 곳을 찾지 못했다”며 “어차피 앞으로 수시·논술 등 일정이 남아 있으니 투룸 빌라를 구해서 3개월간 아이랑 둘이 살려고 한다”고 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에서 전·월세 및 단기 임대 가격표를 내걸어 놓고 있다. 이후연 기자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에서 전·월세 및 단기 임대 가격표를 내걸어 놓고 있다. 이후연 기자

고3·N수생 학부모가 아니더라도, 연휴 기간 직후에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학교의 학부모들도 ‘황금연휴’에 쉴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생 학부모는 “남들은 2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환호성을 질렀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반대로 한숨이 나왔다. 아이 공부 습관이 깨질까 걱정했기 때문이다”며 “10월 4일부터 중간고사인데, 연휴 기간에 바싹 공부할 거라던 아이가 책상에 앉질 않는다”고 했다. 학부모 커뮤니티엔 “연휴 동안 어떻게 아이를 공부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연휴 전에 시험 기간 끝난 학부모들이 부럽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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