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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철길 진입금지 뚫고 인증샷…日 '민폐 관광객'에 몸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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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땡땡' 소리를 내며 초록색 열차가 들어오자 철길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모여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꺼내 든다. '진입 금지' 푯말 안쪽까지 들어가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있다. 일본의 인기 관광지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마쿠라(鎌倉)시에 있는 노면 열차 에노덴(江ノ電) '가마쿠라 고교 앞' 역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일본 가마쿠라시 '가마쿠라 고교 앞' 역 건널목. 슬램덩크 성지 순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소다. 사진 인스타그램 @92nako_ka

일본 가마쿠라시 '가마쿠라 고교 앞' 역 건널목. 슬램덩크 성지 순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소다. 사진 인스타그램 @92nako_ka

이 장소는 인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오프닝에 등장한 곳으로 유명하다. 원래도 '핫스폿'이었지만 지난해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크게 히트하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 특히 중국과 한국 등에서 팬들이 '성지 순례'차 몰려들어 현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차도로 튀어나와 자동차가 제대로 지나지 못하거나 좁은 도로에 멈춰서 통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의 80%까지 회복되자 일본 곳곳의 관광지가 매너를 위반하는 여행객들로 인한 '오버 투어리즘(관광 공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연이어 보도했다. 각 지역이 오버 투어리즘 완화를 위한 제도 마련을 고심 중인 가운데, 일본 관광청 등 관계부처도 합동 회의를 열어 올가을 내 대책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화면 캡처]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화면 캡처]

코로나19 이전 연간 약 2000만 명이 찾았던 가마쿠라는 2021년엔 방문객이 약 656만명까지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1196만명까지 회복됐다. 가마쿠라 경찰서에 따르면 '슬램덩크' 건널목과 관련한 민원 신고 접수는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만 124건이 넘는다. 가마쿠라시는 그동안 휴일에만 건널목 주변에 경비원을 배치해왔지만 이번 달부터는 평일에도 오전 10시~오후 6시 사이 경비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후지산, 내년부터 입산료 의무화 검토 

일본의 대표 산인 후지산도 오버 투어리즘 피해가 극심하다. TV아사히에 따르면 후지산은 7월 초~9월 초에만 등반이 가능해 지난 10일로 4개의 등산로가 모두 폐쇄됐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산에 진입해 정상까지 등반을 시도하는 관광객들이 많아 고심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등산객들이 일본 후지산을 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등산객들이 일본 후지산을 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가 해소된 올여름엔 특히 등산객들이 폭증하면서 노숙을 하는 등산객의 안전 문제와 쓰레기 등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불거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등산로를 관리하는 시즈오카(静岡)현은 등산객의 안전 대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재 임의로 받는 입산료를 내년부터 의무화하기로 하고 검토 중이다.

대표적인 오버 투어리즘 지역인 교토(京都)시의 관광협회는 주요 관광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혼잡 상황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각 지역의 혼잡도를 미리 파악해 여행 시간을 조절하라는 의미다. 아침이나 밤 시간의 교토 관광을 추천하는 팸플릿 등도 만들어 배포한다.

2022년 10월 13일 여행객들이 일본 교토 관광지인 기요미즈데라 앞을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2년 10월 13일 여행객들이 일본 교토 관광지인 기요미즈데라 앞을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기후(岐阜)현의 시라카와고(白川郷)에선 방문객 수 조정을 위해 매년 1~2월 열리는 라이트 업 이벤트를 완전 사전 예약제로 돌렸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오키나와(沖縄)현 이리오모테(西表)섬도 연간 관광객 수 상한을 33만 명, 하루 12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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