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 거친 물, 깨끗한 하천에 흘려보내니…이 동물 사라졌다

하수처리랑 처리수가 하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실험 내용. [자료: 스페인 바스크 대학]

하수처리장에서 기준에 맞게 처리하고, 방류 후 하천수에 의해 크게 희석되더라도 여전히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리했다고는 하지만 처리수에는 여전히 오염 물질이나 영양분, 병원균 등의 복잡한 혼합물이 포함돼 있고, 숨겨진 환경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바스크대학과 바르셀로나대학, 독일·브라질 등 국제연구팀은 하수처리장 방류의 환경 영향을 조사한 논문을 '환경 관리 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페인의 아프라이츠 하수처리장의 처리수로 실험을 진행했다.
인구 9만 명의 도시인들이 배출하는 하루 약 3만 톤의 생활하수를 고도(高度)처리하는 이곳 하수처리장은 처리수를 데바(Deba) 강으로 방류한다.
2시간마다 20~40분 동안 초당 10.9㎥씩 '펄스 방류' 방식이다.

실험이 진행된 아프라이츠 하수처리장. 하수처리장의 처리수는 인근을 흐르는 데바 강(굵은 파란색 선)으로 방류되는데, 연구팀은 처리수 일부를 아프라이츠 하천(얇은 파란색 선)으로 방류했다. 아프라이츠 하천은 데바 강으로 유입된다. [자료: 바스크 대학]

처리수 일부를 깨끗한 하천에 방류 

실험이 진행된 아프라이츠 하천과 유사한 하천.

연구팀은 이 하수처리장 처리수 일부를 인근 아프라이츠(Apraitz) 천(川)의 최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150m 지점에 방류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새 방류 지점을 기준으로 하류 100m 구간을 실험 구간으로, 상류 100m 구간을 대조 구간으로 정해서 시료를 채취해 영향을 조사했다.
콘크리트 바닥으로 된 20m의 구간이 실험과 대조 구간 사이의 완충 구역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2017년 5월부터 처리수를 아프라이츠 하천에 배출하기 시작했고, 그 이전인 2016년 9월과 2017년 10월에 각각 두  구간의 시료를 채취해 처리수의 영향을 분석했다.

투입된 처리수는 하천수와 섞이며 희석됐는데, 하천 유량을 고려하면 처리수는 0.2~4% (평균 3%) 농도로 희석됐다.

처리수수의 독성 자체는 낮았지만, 수질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존 산소와 수소이온농도(pH)에 영향을 줬고, 암모니아는 5.2배로, 물속에 녹아있는 반응성 인의 농도는 2.4배로 늘었다.

방류로 생물막 성장하고 광합성 늘어

아프라이츠 하천에서 연구팀이 시료를 채취 분석하는 모습 . [자료: 바르셀로나대학 다니엘 본 쉴러의 트위터]

생태계에도 영향이 나타났다.

우선 영양물질 공급이 늘어나면서 생물막(biofilm)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1차 생산량(광합성)이 늘어났고, 초식동물과 잡식동물이 유기물 부스러기(organic detritus)보다는 영양가가 많은 생물막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식동물은 바닥 유기물 부스러기와 생물막, 다른 먹이 동물을 섭취할 수 있는데, 영양분이 풍부한 생물막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육식동물도 간접적으로 생물막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됐다.
결국 처리수 유입이 먹이그물의 최상위까지 영향을 준 셈이다.

연구팀은 "오염 물질에 민감한 무척추동물이 사라지고, 오염 저항성이 더 강한 무척추동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폐수가 오염에 내성이 있는 분류군을 선택하는 환경 필터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처리된 오·폐수가 크게 희석된 경우에도 하천 생물 군집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현재의 방류수 수질 기준이 하천 생태계의 자연성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천 생태계를 보호하려면 오·폐수를 더욱 철저히 처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