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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野이수진 소재불명…法 "과태료 결정문 직접 찾아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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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선구 기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선구 기자

“증인 이0진에게 송달할 과태료 결정 서류는 법원에 보관중이오니 출석하여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김현순·조승우·방윤섭 부장판사)는 25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서울동작을)을 상대로 법원 홈페이지에 이런 공지를 게시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63·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이 의원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이 의원이 불응하자,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300만원의 과태료를 처분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에게 두차례(8월 31일, 9월 11일)에 걸쳐 이 과태료 결정문을 소환장과 함께 송부했지만, 모두 ‘송달불능’ 처리되자 결국 “직접 찾아가시오”라며 공시 송달 결정에 이른 것이다. 공시송달은 당사자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소환장 등을 법원 게시판 등에 게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당사자가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판사 출신 이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의 블랙리스트 피해자를 주장하며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전략 공천을 받았다. 판사 재직 시절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학회에서 활동한 경력으로 인해 법원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았다는 게 당시 이 의원의 주장이었다. 이 의원은 판사 신분이던 2018년 8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판결이 고의 지연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직후인 2020년 12월 임 전 차장 재판에 이미 한차례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증언을 했다. 그런데 검찰이 지난 5월 임 전 차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물로 재판부에 이 의원을 재차 증인 신청을 한 것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사건'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21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사건'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21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어쩌다 현역 국회의원이 소재 불명이 되었을까. 이 의원에게 5월과 6월에 걸쳐 두 차례 보낸 증인 소환장이 모두 폐문부재(閉門不在·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음)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통상 우체국 직원은 소환장 발송을 위해 딱 한 차례만 당사자 주소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부재 시 1~2차례를 추가로 더 방문한 뒤 끝내 부재할 경우 폐문부재로 반송 처리를 한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수차례 검찰에 “송달이 안 되고 있는데 증인 신청을 유지할 것이냐”를 묻자 검찰은 “그래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마침내 재판부는 7월 세 번째 소환장을 송달하는 데 성공했는데, 수령인은 이 의원 사무실의 직원이었다고 한다. 소환장은 반드시 당사자가 수령할 필요는 없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지난달 29일을 증인신문 기일로 잡았지만, 이 의원은 법정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결국 재판부는 과태료 처분을 내렸지만 이 처분 통지조차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이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소환장이나 과태료 통지서 모두 단 한 번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는데 이런 처분을 받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과태료 처분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의원실 직원이 대리 수령했다는 소환장도 나는 전달받은 바가 없다”며 “의원실 보좌진 교체 과정에서 누락이 이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증인에게 소환장이 제대로 송달되지 않거나 송달받고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다만 국회의원 사무실은 민원인들도 쉽게 드나드는 공간인데, 법원의 소환장이 거의 4개월 동안 송달되지 못한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 아니라면 기이한 일”이라고 말했다. 증인이 소환장을 송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면 법원은 강제 구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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