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반등 조짐에 투기 자극 우려, 세제·대출 규제 완화는 제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9·26 부동산 대책’에선 역대 부동산 대책마다 빠짐없이 들어간 세제·대출 규제 완화가 빠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자칫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6일 발표한 대책에서 ▶한시적으로 유예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거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를 완화하는 등 수요를 늘리는 대책은 ‘인위적 개입’으로 보고 선을 그었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정부가 수요를 진작할 상황도, 더 풀 만한 규제를 가진 것도 아니다”며 이번 대책의 핵심이 ‘주택 공급’이란 점을 강조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대책과 관련해 “세금을 깎거나 대출 규제를 완화해 빚내서 집을 사고, 다주택자가 뛰어드는 시장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세제는 이미 크게 완화된 측면이 있다.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를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원상 복귀한 데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관련기사

대출 완화가 빠진 건 최근 빠르게 불어난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해서다. 일부 시중은행에서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를 넘겨 지난해 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증가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0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완화는 자칫 최근 가계대출 규제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며 “대출 규제마저 풀어버리면 ‘꼭 필요한 집을 사라’는 수준을 넘어 ‘주택에 투자해도 괜찮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