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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로톡과의 전쟁 완패…법무부,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전면 취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뉴스1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뉴스1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영훈)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과의 전쟁에서 완패했다. 26일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로톡 가입을 이유로 변협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이들에 대한 변협의 징계 결정을 모두 취소했다. 변호사징계위는 120명에 대해선 혐의없음 결정을, 로톡의 형량예측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 3명에 대해선 징계를 하지 않고 경고만 하는 ‘불문경고’ 결정을 내렸다.

변협은 2021년 5월 로톡과 같은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광고 규정을 개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에 걸쳐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무더기로 징계했다. 로톡 가입 변호사들은 견책부터 최대 과태료 1500만원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500만원은 2018년 1월~올해 6월 징계 변호사 과태료 평균(251.4만원)의 5배가 넘는 액수다. 지난해 말 해당 변호사들의 이의신청을 접수한 변호사징계위는 한 차례 심의 기간을 연장해 지난 6월까지 내부 심의를 진행했고, 7월과 이달 초 두 차례 회의를 열고 로톡과 변협 관계자들의 입장을 청취했다.

“로톡, 변호사-소비자 직접 연결 않는다”

변호사징계위는 변협이 내세운 징계 사유와 같이 로톡이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로톡이 광고비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홈페이지에 로톡 가입 변호사 전원을 무작위하게 노출하는 등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뿐,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로톡. 연합뉴스

로톡. 연합뉴스

용어사전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5조

2항

변호사등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는 자(개인·법인·기타단체를 불문한다)에게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협조하여서는 아니 된다.

2호
광고 주체인 변호사등 이외의 자가 자신의 성명, 기업명, 상호 등을 표시하거나 기타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법률상담 또는 사건등을 소개 · 알선 · 유인하기 위하여 변호사등과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등을 광고 · 홍보하는 행위

반면 로톡이 ‘변호사 이외의 자’가 상호를 표시하는 등 방식으로 사건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해 변호사를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변협 규정은 위반했다고 봤다. 광고에서 ‘법률고민 처음부터 로톡하자’와 같은 문구를 적고, 변호사 상담비용을 할인해준다는 온·오프라인 쿠폰을 배포하는 등 변호사 개개인보다 ‘로톡’ 상호를 앞세웠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변호사징계위는 다만 해당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이 청구돼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로톡이 서비스 운영방식이 규정에 위반된다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용어사전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5조

2항
변호사등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는 자(개인·법인·기타단체를 불문한다)에게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협조하여서는 아니 된다.

3호
변호사등이 아님에도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처분·법원 판결 등의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취급·제공하는 행위

로톡이 내놨던 형량예측 서비스 역시 ‘변호사가 아닌데도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처분·법원 판결 등의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취급 ·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변협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변호사 세 명에 대한 불문경고에는 이들이 실제로 형량예측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이용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고, 로톡이 해당 서비스를 현재 중단한 점 등이 고려됐다. 나머지 변호사 120명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 혐의가 없다고 봤다.

이외에도 변호사징계위는 변호사들이 로톡 법률상담 게시판에 답변 글을 단 것은 “변호사 자신의 홍보·영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징계 대상 변호사들은 변협의 규정 개정 및 징계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도 주장했지만, 변호사징계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사징계위는 “광고규정이 상위법령인 변호사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상위 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고, 변협은 변호사법에서 위임받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제를 설정할 수 있다”며 “징계 대상 변호사에게 의견 진술 기회가 보장된 점 등에 비춰 징계 절차상의 하자도 없다”고 했다.

변협 “깊은 유감” 로톡 “리걸테크 발전 한 획”

20일 서울 강남구 소재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에서 직원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서울 강남구 소재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에서 직원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변협은 이날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리걸테크 발전에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의견을 다방면으로 수렴하기 위해 소통 채널을 다각화하고, 변호사 단체와도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사가 운영 중인 모든 서비스와 마케팅 수단을 재점검하고, 변호사법과 광고 규정에 위반되는 점이 없는지 점검하겠다. 이를 위해 변협이 로앤컴퍼니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온라인 법률플랫폼 서비스는 법률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있는 한편, 변호사의 공공성 및 공정한 수임질서를 해치는 등 위험성도 있다”며 “향후 법조·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할 공론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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