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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IAEA 전면 사찰 수용”…美빅딜까지 ‘골드 스탠더드’만 남아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7월 사우디의 제다에서 만나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7월 사우디의 제다에서 만나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간 핵 프로그램 도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 사찰을 포함하는 전면안전조치협정(CSA)을 체결하겠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IAEA의 연례 총회에 참석해 “사우디는 그간 IAEA와 맺은 소량 의정서(SQP)를 폐지하고 전면 안전조치 협정(CSA)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최근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에 민수용 핵개발 지원을 요구해왔다. 이번 조치는 사우디가 목표 달성을 위해 결정적인 디딤돌을 놨다는 의미가 있다. CSA는 원자력 발전 등 민간 핵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저강도 규정인 SQP에서 CSA로 전환하면 모든 핵물질을 IAEA에 신고하고 정기적인 사찰도 받아들여야 한다.

SQP는 국제 비확산 체제를 총괄하는 IAEA가 각국을 핵확산방지조약(NPT)에 최대한 가입시키기 위해 도입했다. 원전을 아직 도입하지 않았거나, 천연 우라늄 보유량이 10t 미만인 국가들에 한해 정기 핵 활동 보고를 면제하는 등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단 이 경우 상대적으로 IAEA의 검증이 약해진다. 그만큼 몰래 우라늄 농축과 같은 핵 개발 시도를 할 위험이 있다. IAEA는 이 때문에 사우디에 수년 동안 “가능한 한 CSA로 전환하라”고 요구해왔다. IAEA에 따르면 전체 NPT 가입국 190여곳 가운데 사우디를 포함한 87개국이 SQP를 맺고 있다.

사우디의 이번 행보는 미국이 중재하는 사우디·이스라엘 간 ‘수교 빅딜’에 사우디가 성의를 보인다는 의미도 된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바이든 정부에 사우디에 대한 ‘안전보장+민수용 핵 개발’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그간 민간 핵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기본 조치로 사우디가 CSA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조치가 그러나 ‘마지막 허들’은 아니다. 미국의 원자력법상 미국으로부터 핵연료 제공 및 우라늄 농축 기술을 이전받으려는 나라는 미국과 개별적으로 ‘123 협정’을 맺어야 한다. 미 상·하원의 승인도 거쳐야 한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한국·아랍에미리트(UAE), 유럽원자력에너지공동체 등 47곳이 이 협정을 맺고 미국의 원전 기술을 수입했다.

미·사우디 간 123 협정을 맺을 때 핵심이 되는 건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 적용 여부다. 골드 스탠더드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특약을 추가하는 것인데, 앞서 UAE가 미국과 2009년 123 협정을 맺으며 이 규정을 적용했다.

미국으로선 사우디의 잠재적인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이 골드 스탠더드를 필수로 요구할 수 있다. 최근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미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우리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UAE 사례는 한국의 바라카 원전 수주로 이어졌다. 사우디가 같은 경로를 밟는다면 한국에도 이득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앞서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때 골드 스탠더드 적용이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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