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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악취 해결 먼저’ 120조 반도체 산단 지연시킨 여주시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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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감사원은 국토교통부가 부당하게 레미콘 트럭 신규 등록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가 부당하게 레미콘 트럭 신규 등록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지역 숙원 사업을 해결하려고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단지 인허가를 부당하게 지연한 여주시장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감사원은 25일 ‘소극행정 개선 및 개혁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지자체장의 권한 남용 행태 등을 질타했다.

감사원이 여주시에 문제 삼은 건 2019년 SK하이닉스가 120조원 투자를 약속한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 인허가 문제다.

산업단지는 용인에 조성되지만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용수는 남한강에서 끌어와야 해 취수 관련 인허가권은 여주시가 쥐고 있었다.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은 법령상 문제가 없어 여주시의 최종 허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이충우 현 여주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협의 절차는 모두 중지됐다. 이 시장이 축사 악취 민원 해결을 위한 도시개발사업 등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 없는 추가 지원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 시장의 요구가 권한남용이라 판단해 고발을 검토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경기도가 중재에 나서며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뒤늦게 인허가를 했다. 감사원의 고발 계획도 취소됐다.

감사원은 “인허가 지연으로 산단 조성과 관련해 매주 17억원의 불필요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강수현 양주시장도 지난해 7월 취임 뒤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민 반발에 수백억원이 투입된 지역 물류창고의 적법한 건축 허가를 취소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강 시장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11월 관련 인허가를 했다. 강 시장도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심야 택시 승차난이 심한데도 무단휴업 택시는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요금만 올려줬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심야 택시 부족으로 시민 불만이 커지자 무단휴업 택시를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무단휴업의 기준은 ‘6개월간 매월 5일 이하 운행’으로 느슨했고, 서울시는 무단휴업 의심 택시도 제대로 단속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4년간 서울시 택시 평균 운행률은 57%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서울시의 업무 해태로 코로나19 기간 택시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가 부실한 연구용역 결과에 근거해 레미콘 믹서 트럭의 신규 등록을 제한해 왔다고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2019년 국토부가 용역을 의뢰한 레미콘 트럭 연구용역 보고서를 검증한 결과 애초 ‘공급 부족’이란 결론이 나왔음에도 해당 연구자가 관련 내용을 조작해 ‘공급 초과’라고 국토부에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별다른 검증 없이 이를 받아들여 신규 사업자 진입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미콘 믹서 트럭 수는 2009년 이후 2만6000여 대에서 그대로 멈춰 있다. 매번 양대 노총의 ‘이권 카르텔’ 사례로 꼽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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