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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결 색출'에 송갑석 한마디 "난 자기 증명을 거부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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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 국회의원은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고백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저는 자기 증명을 거부한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가부(可否) 표결을 두고 갈라진 민주당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송 의원은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 날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월 1차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후 이 대표가 ‘인적 쇄신’ 요구에 맞춰 통합형 인사로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한 지 6개월 만이다. 송 의원은 5년 2개월간 수감 생활을 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4기 의장 출신으로, 당내에선 비(非)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송갑석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송갑석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그는 마지막으로 참석한 이 날 최고위회의에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분명하고 무겁기에 사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국민·당원에게 사과했다. 이어 “모두가 실패한 자리에 성찰과 책임을 통한 수습과 모색은 처음부터 없었고, 분노와 증오의 거친 말만 난무하고 있다”며 “비루하고 야만적인 고백과 심판은 그나마 국민에게 한 줌의 씨 종자처럼 남아있는 우리 당에 대한 기대와 믿음마저 날려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내용을 공개하라는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 “저는 자기 증명을 거부한다”고 두 차례나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국회의원 양심과 소신에 따라,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당원,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부결 인증 릴레이’ 요구에 현역 의원이 기표소 내 투표지를 촬영한 사진까지 공개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는 모습에 회의장도 숙연해졌다. 송 의원은 26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실질심사에 대해서는 재판부를 향해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기회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정청래, 고민정 최고위원 등이 입장하고 있다. 앉아있는 이는 송갑석 최고위원. 연합뉴스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정청래, 고민정 최고위원 등이 입장하고 있다. 앉아있는 이는 송갑석 최고위원. 연합뉴스

다만 정청래 최고위원은 송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마이크를 들고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과 똑같다”며 “어디에 있든 따로 또 같이 강물을 이뤄 바다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송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의로 민주당 지도부 내 비명계는 친문(親文) 고민정 최고위원만 남게 됐다. 고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 회의에서 “당원의 지지로 탄생한 최고위원이 당원의 사퇴 요구를 받는 건 신임을 잃은 것이다. 당원이 사퇴하라면 사퇴하고, 남으라면 남겠다”며 고심을 전했다. 다만 이날은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의 제1야당에 대한 정적제거용 정치수사는 여론몰이 수사로, (대표의) 방어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편 이 대표가 조정식 사무총장 이하 정무직 당직자 사의는 유보한 채 ‘비명계’ 송 의원 사퇴만 즉각 수용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회의를 마친 후 “사무총장 사임은 반려됐느냐”는 질문에 “대표가 거기에 대해 말씀이 없으신 것이다. 그 부분은 인사권자 판단”이라고 전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정무직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곧바로) 받아들이면 전체 당무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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