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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무대 바꾼 구찌 신의 한 수…밀라노 패션위크, 최고 흥행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월 22일(현지 시각). 이탈리아에서 열린 '밀라노 패션위크'의 최고 흥행은 구찌가 차지했다. 굴지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잇따라 내년 봄여름 여성복 컬렉션 쇼를 선보였지만, 이번 구찌 컬렉션 쇼에 쏠린 관심은 대단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올해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사바토 데 사르노가 자신의 첫 구찌 컬렉션을 발표하는 데뷔 무대였기 때문이다.

22일 열린 '구찌 앙코라 패션쇼' #구찌 2024 봄·여름 여성 컬렉션 #사바토 데 사르노 첫 컬렉션 공개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뷔작

지난 9월 22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구찌 2024 봄여름 컬렉션, '구찌 앙코라 패션쇼'. 사진 구찌

지난 9월 22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구찌 2024 봄여름 컬렉션, '구찌 앙코라 패션쇼'. 사진 구찌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 강렬한 일렉트로닉 비트가 울리자 오직 조명으로만 만들어진 사각 런웨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쇼는 밀라노의 과거·현재의 모습을 간직한 브레라(Brera) 거리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우천 예보로 쇼 바로 전날 장소를 '구찌 허브(Gucci Hub)'로 옮겼다. 쇼 준비에 참여하는 직원 및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급하게 장소를 변경한 것이었지만, 이들의 과감한 결정은 오히려 쇼의 몰입도를 높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구찌 허브는 1915년에 지어진 밀라노 동쪽 외곽에 있는 항공기 제조사 공장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2016년부터 구찌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쇼는 비행기 격납고로 사용했던 거대한 홀에서 진행됐는데,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곳은 오히려 이전 구찌의 과거를 잊고 새로운 출발을 공표하는 자리로 최적의 장소였다.

브랜드 뿌리 기반한 새로운 구찌 룩 보여줘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구찌 컬렉션은 우아하면서도 대담했다. 전임 디자이너의 파격을 거두고, 100년 넘은 구찌 하우스의 뿌리로 돌아가면서도 지금의 패션 기준에 충실했다.
종아리까지 내려온 긴 테일러드 코트에 흰 셔츠와 짧은 마이크로 팬츠를 입은 모델이 등장하며 구찌 2024 봄·여름 여성 컬렉션이 시작됐다. 옷에선 모노그램이나 로고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브랜드의 상징적인 제품인 GG 벨트와 와인색 재키 백, 홀스빗 통굽 로퍼로 강력하게 브랜드를 드러냈다. 스포티한 집업 재킷과 후드티엔 반짝이는 페이턴트 레더로 만든 스커트나 짧은 반바지를, 흰 민소매 티셔츠엔 움직일 때마다 좌우로 찰랑거리는 반짝이는 가는 술이 달린 스커트를 스타일링했다. 단순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캐주얼하면서도 화려한 사바토 데 사르노만의 구찌 룩을 만들어냈다.

구찌 2024 봄여름 컬렉션. 사진 구찌

구찌 2024 봄여름 컬렉션. 사진 구찌

구찌 2024 봄여름 컬렉션. 사진 구찌

구찌 2024 봄여름 컬렉션. 사진 구찌

구찌 2024 봄여름 컬렉션. 사진 구찌

구찌 2024 봄여름 컬렉션. 사진 구찌

사르노는 이번 쇼를 '구찌 앙코라 패션쇼'라 명명했다. 구찌 앙코라(Gucci Ancora)는 '구찌를 통해 다시 패션과 사랑에 빠질 기회'란 의미를 담은 말이다. 앙코라(ancora)란 단어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통해 인생의 기쁨, 열정, 인류애, 사람들, 삶, 거부할 수 없는 화려함, 도발, 자신감, 단순함, 즉각적인 감정과 감동, 특정 유형의 예술, 단어로 작품 속의 단어, 그림 속의 단어, 공간 속의 단어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구찌 측은 "매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그런 오브제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며, 감춰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금기시되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선언이 된, 완전한 자유로움과 희열로 가득한 다채로운 이야기"라 전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 모든 연령대의 멋진 사람들의 이미지이자, 누구나 환영받는 포용성에 대한 사바토 데 사르노의 비전"이라 강조했다.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 사진 구찌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 사진 구찌

지난 1월 구찌의 모기업인 케어링은 그를 임명하면서 "풍부한 브랜드의 유산을 활용하면서, 하우스의 권위를 강화시킬 인물"이라 발표한 바 있다. 사르노는 그동안 드러나진 않았지만, 많은 경력을 지닌 젊은 디자이너다. 2003년 프라다의 여성복 패턴 메이커 어시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해, 돌체앤가바나를 거쳐 발렌티노로 이직했다. 발렌티노에선 2020년 패션디렉터가 되기까지 11년 넘게 재직했고, 오랫동안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오른팔로 브랜드를 글래머러스하고 정제된 실루엣으로 만들어 왔다. 그가 이번 컬렉션에서 보여준 구찌 룩이 우아하게 정제돼 있으면서도, 구찌만의 화려함을 지니게 된 데엔 이런 탄탄한 커리어와 실력이 배경에 있다.

구찌는 사바토 데 사르노의 데뷔 패션쇼를 기념해 '구찌 프로스페티베(Gucci Prospettive)'의 첫 번째 에디션 아트북 『밀라노 앙코라(Milano Ancora)』를 발행했다. 구찌 프로스페티베는 '구찌의 시선'이란 뜻으로, 사르노의 예술과 패션 사이의 대화를 추구하는 비전과 패션·예술에 있어 이탈리아 밀라노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조명했다. 아트북 제작엔 밀라노에 위치한 예술대학 브레라 아카데미의 졸업생들이 함께 참여해 밀라노의 역사적인 문화와 예술을 포착한 창의적인 작품을 출품했다.

이번 쇼에는 배우 이정재와 뉴진스 하니, 배우 박규영을 포함해 줄리아 로버츠, 라이언 고슬링, 할리 베일리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와 켄달 제너, 줄리아 가너까지 전 세계의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했다. 밀란 패션위크에 선보인 구찌 2024 봄 여름 여성 패션쇼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동시 공개됐다. 구찌 공식 웹사이트와 공식 유튜브 채널, 구찌 앱 등 구찌 공식 채널과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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