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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예산 330억 '청와대 재단' 신설…野 "대통령 의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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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내년도 예산 330억원을 투입해 ‘청와대 재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24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게 제출받은 ‘청와대 재단 설립 추진계획 보고’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비영리재단법인 ‘청와대 재단’(가칭)을 설립해 내년부터 청와대 관리·개방 운영, 공간 활용사업 추진, 역사·문화재 보존 연구 등 기능을 부여하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안엔 재단 설립 예산으로 330억 2400만원이 책정됐다. 정부는 “문체부 소관 공공기관은 청와대 관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전문성 등이 부족하다”며 “새로운 법인 설립을 통해 청와대 관리·활용 업무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청와대 야간관람 '청와대, 밤의 산책'이 시작된 6월 8일 저녁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대정원과 본관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 야간관람 '청와대, 밤의 산책'이 시작된 6월 8일 저녁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대정원과 본관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 관저 및 집무실로 사용됐던 청와대(경무대로 불리다가 1960년 개명)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청와대 관리·활용 업무는 문화재청 ‘청와대 국민개방추진단’이 맡아오다, 지난 3월부터 문체부 내 신설 조직(청와대 관리활용기획과)으로 위임됐다. 현재는 청와대 관리활용기획과가 문화재청 소관 한국문화재재단에 관리·활용 업무를 위탁(연말 종료)해 운영하는 구조다.

청와대 재단이 신설되면 청와대 관리·활용 업무가 재단으로 일원화된다. 관리·활용 강화에 방점이 찍힌 듯하지만, 실질적으론 대통령 의전이 주요 업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으로 관저와 집무실을 이전한 뒤에도 꾸준히 청와대 영빈관·상춘재 등에서 주요 행사를 열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국가재정전략 회의(6월 28일)·하반기 경제정책방향(7월 4일) 등 주요 회의를 비롯해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6월 14일)·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8월 9일) 등 대통령 참석 행사가 다수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0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상춘재 앞 뜰을 지나 본관까지 경내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0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상춘재 앞 뜰을 지나 본관까지 경내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정부는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3조의 2를 신설해 청와대 재단의 법적 근거를 갖추기로 했다. 재단 조직은 이사장과 사무국장 이하 4개 팀 등 총 50명 규모로 구성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8일 청와대 재단 직원 채용 공고를 내고 조직·인사·행정 등 기획 업무를 담당할 2~4급 직원 공개 모집에 나섰다. 최종 합격자는 오는 11월 발표된다.

이사장·비상임이사·비상임감사 등 재단 임원의 임명권은 문체부 장관이 갖는다. 김윤덕 의원은 “정부가 무리하게 대통령실을 이전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수백억 원대 사업을 위탁받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겠다고 한다”며 “재단이 측근에게 자리를 챙겨주기 위한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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