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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치료 선도해 사회 안전망 구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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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병원 탐방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갈수록 어려워지는 혈관 치료
여러 전문의가 경험 쌓고 공유
골든타임 내 수술·시술 이끌어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은 “지역사회와 연계된 치료 역량을 강화해 응급치료와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가톨릭 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 심장·뇌혈관 센터들의 중심이 돼 연구와 진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미연 객원기자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은 “지역사회와 연계된 치료 역량을 강화해 응급치료와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가톨릭 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 심장·뇌혈관 센터들의 중심이 돼 연구와 진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미연 객원기자

심뇌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우리나라 사망 원인 2위로, 연간 환자 수는 약 290만 명이다. 급성심근경색증·뇌출혈 등 심장과 뇌혈관에 질환이 발생하며 고령화와 함께 증가한다. 치명률이 높은 중증·응급 질환이지만 적시에 치료하면 사망을 막을 수 있다. 심뇌혈관 질환의 예방·관리·치료·재활에 필요성이 커지면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독립된 시스템을 갖춘 통합 전문적 병원 내 병원인 심뇌혈관병원을 2019년 설립했다. 사회적 요구가 높은 필수 의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지역사회 심뇌혈관 질환 치료의 안전망을 지키기 위해서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 장기육 교수(순환기내과)는 “심장·뇌혈관 질환의 4차 병원으로서 갈수록 고도화하는 환자 맞춤 치료에 표준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8개 가톨릭 산하 의료원 심장·뇌혈관 센터의 컨트롤타워로서 공동 연구와 진료 지원,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뇌혈관병원은 심혈관센터·뇌혈관센터·대동맥센터·혈관센터 등 4개의 임상센터와 하이브리드 수술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내·외과 포괄적 협진으로 고난도 수술·시술과 응급 환자에 24시간 대응한다. 장 병원장은 “환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혈관병이 재발하는 문제가 생기면서 기존의 치료 지침에 딱 들어맞는 환자가 갈수록 적어진다”면서 “요즘은 80세 이상이어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원하는 분이 많아서 여러 전문의가 경험을 쌓고 공유하는 시스템이 최적의 치료법 결정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난도 고령자 판막 시술 성과 축적

심혈관센터는 고령화로 점차 복잡해지는 혈관 치료에서 기술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심혈관센터 타비(TAVI·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팀은 고난도 판막 시술의 저변을 넓힌다. 심장에서 혈액을 펌프질할 때 열리고 닫히는 문(판막)이 고장 나면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해 심장이 더 강하게 수축하다가 과부하를 초래한다. 타비는 수술 대신 허벅지 혈관에 가느다란 카테터를 넣는 시술로 대동맥 판막 협착증을 고치는 치료다.

지난달 심혈관센터 타비팀에 85세 환자의 전원 의뢰가 들어왔다. 10년 전 승모판막 수술과 함께 협심증으로 인한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은 환자였다. 최근 반복적인 폐부종으로 숨이 차 밤에는 앉아서 잠을 잘 정도라고 했다. 한 번 수술한 승모판막에 다시 문제가 생기면 과거엔 방법이 없었다. 재수술을 필요로 하는 승모판막 환자는 대부분 수술 위험성이 높고 고령이어서다. 타비팀은 이 환자에게 경피적 승모판막 치환술(TMVR)을 시행했다.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최신 치료다.

장 병원장은 “상당히 굵은 스텐트를 정맥으로 들어가게 해 판막이 지나가기 좋도록 정교하게 위치시켜야 한다. 판막을 펼치는 순간 위치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응급수술을 해야 할 만큼 위험이 크다. 의료진 간 호흡이 맞아야 하고, 응급 수술이 가능한 시스템도 받쳐줘야 한다”고 했다. 타비팀은 TMVR을 국내에 선도적으로 들여와 안착시키는 역할을 했다.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이 동시에 고장 난 재수술 환자에게 양쪽 판막 시술을 치료하고, 허벅지 혈관이 좋지 않으면 요골동맥·경동맥을 통해 시술하는 고난도 술기도 갖췄다.

심뇌혈관 질환은 중증·응급 질환 중에서도 골든타임이 짧다. 심근경색은 120분, 뇌졸중은 180분 안에 치료받아야 후유증을 줄이고 생명을 구한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신속한 치료가 생명인 뇌졸중과 심근경색증 환자 등을 위해 전문의가 상주하며 응급 네트워크를 24시간 가동한다. 환자가 병원 도착 후 30분 안에 진단과 처치를 받는다. 장기육 병원장은 “순환기내과·흉부외과 등 전문의가 24시간 당직을 선다. 또 의료진 간 연결되는 전용 폰으로 응급 환자 대처 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응급 대동맥질환도 24시간 대처

심장 질환 중에서도 대동맥 질환은 초응급 질환이다. 대동맥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탄력 있는 혈관으로, 심장에서 복부까지 쭉 뻗은 고속도로처럼 이어진다. 심장에서 뿜어 나와 산소·영양분이 풍부한 혈액을 온몸으로 전달한다. 이런 대동맥이 부풀어 오르고 찢어지면 목숨을 위협한다. 이에 심뇌혈관병원은 이달 기존의 대동맥혈관센터를 대동맥센터와 혈관센터 2개로 분리했다. 분초를 다투는 대동맥 응급수술에 보다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혈관센터에서는 말초동맥·정맥 질환과 당뇨족 클리닉을 운영한다. 장 병원장은 “최근 유전성 대동맥류인 마르판증후군 환자 수술을 성공했다. 가슴에서 사타구니까지의 대동맥이 찢어져 복부 내 주요 장기로 가는 혈관을 보존하며 진행한 큰 수술이었다”며 “응급 환자에게 사명감을 가진 가톨릭 의료진이 포진해 있어 가능한 치료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심혈관병원은 수술과 스텐트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중요한 부위의 막힌 혈관은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외과 수술(동맥우회술)을 하고, 나머지 혈관에는 스텐트를 넣어 혈액의 통로를 만들어 준다. 외과 수술과 내과 시술의 장점을 살려 중증 혈관 질환자의 생존율을 높인다. 부풀고 찢어지는 대동맥 질환을 치료하는 최신 수술법도 하이브리드다.

뇌혈관센터는 뇌졸중의 조기발견·치료·재활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뇌졸중 중재시술·수술팀과 집중치료팀, 평가·예방교육팀과 재활팀으로 구성돼 있다. 장 병원장은 “심뇌혈관 질환 치료를 표준화시키고 진료·연구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향상해 환자들이 안전하게 믿고 따르는 병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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