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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국민의 기업] 약자 복지의 상징 ‘기초생활보장’ 역대 최고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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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윤석열 정부 ‘3차 기초보장계획’

문 정부 5년치를 1년 만에 늘려
내년 기준중위소득 6.09% 인상
의료급여 부양의무 완화 시작

전병왕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전병왕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약자를 두텁게 보호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약자 복지’ 그랜드 플랜이 나왔다. 19일 정부가 공개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다. 2024~2026년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기초생보는 복지정책, 빈곤정책의 기초이다. 이번에 1차(2018~2020), 2차(2021~2023) 계획보다 더 진전된 방안을 많이 담아 ‘퀀텀 점프’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부 완화했을 뿐 폐지 수준까지 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1,2차의 특징은 기준중위소득 인상과 산정 지수 개편,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재산기준 완화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2017~2022) 5년 성과를 한방에 뛰어넘었다. 지난달 28일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6.09% 올렸다. 역대 최고이다. 생계급여(생계비) 기준선도 기준중위소득의 30%에서 32%로 올렸다. 7년 만이다. 3차 계획에서는 이 기준을 단계적으로 35%로 올리기로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전병왕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번에 급여를 두텁게 하고 사각지대를 없애 대상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약자복지 정책을 담았다”고 말했다.

소득인정액(재산의 소득환산액 포함)이 0원인 독거노인의 월 생계급여가 올해 월 62만3368원에서 내년에는 71만3102원으로 오른다. 매달 8만9734원(증가율 14.4%) 증가한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8만7565원 늘었는데, 이번 정부는 1년 만에 더 늘렸다. 4인가구는 183만3572원으로 21만3283원(지난 정부 5년 19만6110원) 오른다. 내년도 생계급여 예산이 1조5000억원가량 늘어나는데, 전 정부 5년 치 증가액과 비슷하다.

제3차 계획에서 2000cc 미만 생업용 자동차를 소득산정에서 아예 뺀다. 지금은 1600cc 미만에 한해 50%만 빼준다. 도배 기술자 김씨의 예를 보자. 김씨는 도배에 필요한 사다리 등의 장비를 SM5(1998cc)에 싣고 다닌다. 지금은 배기량 기준을 초과해서 차량 가액(1000만원) 100%를 월소득으로 잡는다(소득인정액 1133만원). 생계급여 대상에 못 든다. 내년에는 차가 아예 빠지면서 소득인정액이 133만원으로 줄어 매달 50만원의 생계비를 받는다. 생업용 자동차 말고도 다인(6명 이상), 다자녀(3명 이상) 가구의 자동차 소득 환산 기준도 대폭 완화된다. 배기량이 1600cc미만에서 2500cc미만으로 커지고 차량가액도 200만원 미만에서 500만원 미만으로 완화된다. 생계급여 수급자 중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이 12만9098가구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이번 기준 완화 조치에 따라 월 생계비 수급액이 많이 늘어나게 된다.

정준섭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그동안 기초수급자의 자동차를 따질 때 장애인 가구 등 일부만 예외를 허용했는데, 이번에 기본 틀을 크게 바꿨다”고 말했다.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할 때 “자가용 모는 사람이 왜 나라에 기대느냐”는 반감이 강해 자동차 기준을 엄격하게 유지해 오다 이번에 틀을 상당히 깬 것이다.

이번 3차 계획의 또 다른 특징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이다. 기초수급자가 되려면 자녀의 부양능력을 따진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이의 폐지를 줄곧 요구해왔다. 이번에 단계적 완화 계획을 내놨다. 지난 정부에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폐지에 집중했다면 이번 정부는 의료급여 완화를 시작한다. 우선 내년에 중증장애인이 있는 가구는 부양의무 기준을 안 따진다. 또 부양의무자를 따질 때 재산 기준을 완화하고 이후 부양비(자녀가 부모를 지원한다고 간주하는 돈) 부과 제도도 개선한다. 이렇게 하면 5만명이 새로 의료급여 혜택을 보게 된다. 복지부는 다음 단계로 희귀질환·중증질환 환자가 있는 가구에 대해 부양의무자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생계급여에 남아 있는 고소득층 부양의무자 기준(연 소득 1억원 또는 재산 9억원 초과)을 완화할 방침이다.

주거급여 대상 기준을 내년에 기준중위소득의 47%에서 48%로 올리고, 단계적으로 50%로 올린다. 생계급여 21만명, 의료급여 5만명, 주거급여 20만명 등 모두 46만명이 2026년까지 새로 늘어난다.

의료급여 과다 이용 합리화도 추진한다. 요양병원 등에 특별한 처치가 필요 없이 장기간 입원하는, 즉 사회적 입원 환자를 집으로 보내 의료·돌봄·식사·병원이동 등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은 600명에게 제공하는데 내년에 2300명으로 늘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이 정부 임기 내에 생계급여 대상자를 기준중위소득의 35%로 확대한다면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한다. 오 위원장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와 재산기준 개선 계획이 빈약하다고 지적한다. 오 위원장은 “의료급여와 생계급여는 빈곤 계층의 지출과 관련 제도이다. 그런데 의료급여에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유지할 명분이 약하다. 기준 완화가 아니라 사실상 폐지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컷오프 제도(일정 기준 이상이면 탈락)를 도입하겠다고 공약(윤 대통령 대선 공약)했는데, 이번에 그런 개혁 의지가 담기지 않아 아쉽다. 또 생계급여의 최대 문제점이 재산을 과도하게 소득으로 환산하는 건데, 이번에 개선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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