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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총선변수에 고심…“쇄신한 민주당과 대결 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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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지난 21일)이 내년 총선 판도에 미칠 파장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손익 계산이 분주하다. 민주당 내 이탈표로 확인된 내분의 씨앗이 향후 새로운 민주당으로 발아할지, 외려 반대급부로 ‘이재명 일극 체제’를 가속할지 예단하기 어려워서다.

당장 26일로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첫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 입장에선 내년 총선 카운터파트가 ‘이재명의 민주당’일지, 아니면 ‘새로운 민주당’이나 ‘분열된 민주당’이 될지 일차로 가늠해볼 수 있다.

국민의힘 주류에선 “이 대표가 총선까지 당내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많다. 여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민주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고 쇄신의 길을 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와 송갑석 최고위원이 사퇴해 나도 놀랐다”며 “이를 봤을 때 앞으로 민주당은 이 대표의 구심력이 더 강해진 당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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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 재선 의원은 “당 대표가 가진 권력의 원천은 공천권이고, 내년 총선 공천권 행사까지 남은 시간은 수개월 남짓”이라며 “그 시간 내에 소수의 비명계가 다수의 친명계를 꺾고 민주당을 접수해 공천권을 가져가는 건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즉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이 ‘이재명의 민주당’과 맞붙는다는 얘기이고,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여당에 유리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계 개편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 대표는 지금 살아 있으되 정치적으로 죽은 산송장”이라며 “당 수장의 모순적 지위 탓에 갈등이 계속돼 민주당이 분당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친윤계 초선 의원도 “체포동의안 표결 때 나온 (최소) 29명의 반란표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얼굴로 치를 수 없다’는 뜻”이라며 “이 작은 날갯짓이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비주류 쪽에선 “이 대표는 이미 끝났고, 쇄신된 민주당과의 대결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2일 YTN 라디오에서 “그동안은 민주당이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 때문에 꼼짝 못 하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을 때리면 됐는데,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 주적이 사라졌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굉장히 위협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야권 출신으로 최근 국민의힘 합류를 선언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같은 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변곡점을 지났다”며 “민주당엔 어마어마한 기회이고, 국민의힘은 상상도 못 할 위기”라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이제 민주당은 이 대표 이후 지도 체제를 건설해야 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 없는 민주당과 맞붙어야 한다”며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나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등 눈앞에도 여러 변수가 있어 공식적으론 섣부른 말을 아끼고 있다”며 “우리 당이 그간 이 대표가 있는 민주당만 파트너로 상정한 결과, 이 대표의 안위가 국민의힘 총선의 최대 변수로 얽힌 모양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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