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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이어온 '변협 vs 로톡' 갈등…'특정변호사' 논리로 새 국면

중앙일보

입력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수임 사건 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특정 변호사’ 명단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변협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을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징계하고, 그 처분이 합당한지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 제출한 ‘특정 변호사’ 명단이 새로운 징계의 근거가 될지 주목된다.

변협 “로톡으로 사건 과다 수임…1人 1800건”

정재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가운데)이 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와 관련한 징계심의위 2차 기일에 출석하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재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가운데)이 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와 관련한 징계심의위 2차 기일에 출석하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변협이 ‘특정 변호사’ 명단을 법무부에 제출한 건 로톡이 이처럼 일부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몰아주는 등 시장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취지다. 변협 관계자는 “(로톡의) 알고리즘이나 가입 변호사들에게 주어지는 혜택 등을 통해 특정 변호사에게 과다하게 사건이 수임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변호사로 지정된다고 해서 바로 징계를 하는 건 아니지만, 수임 과정에서 브로커 등 불법적 요소가 개입됐는지 파악되면 법조윤리협의회가 징계 개시 신청이나 수사 의뢰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변협이 법무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특정 변호사 중 가장 많은 사건을 수임한 A변호사는 2021년 7월~2022년 12월 총 1801건의 사건을 수임했다. 2위는 1217건, 3위는 1022건, 4위는 663건, 5위는 640건 순이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형사사건 수임 건수가 30건 이상이고 (각 지방변호사회) 소속 회원의 형사사건 평균 수임 건수의 2.5배 이상인 변호사 등을 특정 변호사로 정의해 지방변호사회가 관리하도록 한다. 전관 변호사들의 ‘싹쓸이 수임’ 등을 방지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업계 “로톡 겨냥해 수치 과장”…與 “법률서비스 접근성↑”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변협이 ‘특정 변호사’라는 또다른 징계 근거를 들고나온 것은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새로운 압박이라고 해석한다. 특정 변호사로 지목된 B변호사는 “수치 자체가 부풀려졌다”며 “변호인 위임장을 제출할 때 소속 지방변호사회에서 경유증표를 발급받는데, 수임하는 사건마다 20여명의 직원이 대표인 제 명의로 경유증표를 발급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단에는 제 사건 수임 건수가 1000건이 넘는다고 돼 있는데, 실제 제 사건은 1년 반 동안 100건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법무부 징계위가 징계 대상 변호사들의 징계 취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변협이 고육책을 들고나온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법무부와 정책 간담회에서 로톡 문제를 징계가 아닌 규제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홍석준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은 “국민에게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플랫폼 적용을 막을 상황만은 아니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헌재·공정위까지 간 갈등…경과 어땠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변협과 로톡의 분쟁은 2014년 시작된 이후 9년째 계속되고 있다.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변협은 로톡이 변호사법상 금지된 변호사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했다고 보고 세 차례 로톡을 고발했다. 그러나 2021년 12월 경찰 불송치, 지난해 5월엔 검찰이 불기소하는 등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났다. 변협은 2021년 5월 변호사 광고 규정을 개정해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할 근거를 새로 만들었는데, 이는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 결정이 나왔다. 또 지난 3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변회와 변협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각 10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로톡과 변협의 갈등이 길어지다 보니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해도 로톡 사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징계위 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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