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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윤석열" 목표다…'내시' 개그맨 김영민의 여의도 입성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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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 환영식에서 김기현 대표가 이날 입당한 개그맨 출신 김영민 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 환영식에서 김기현 대표가 이날 입당한 개그맨 출신 김영민 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심을 숨기는 게 겸양으로 꼽히는 정치권에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인사가 왔다. 20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40대 개그맨 김영민씨다. 구독자 43만명을 보유한 보수 유튜브 채널 ‘내시십분’의 운영자이기도 한 그는 입당 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장의 목표는 국회의원,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미 6개월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국회의원 당선의 꿈을 수차례 피력했다. 당시 ‘국회의원 한번 해야겠다’는 제목의 방송에서 그는 “국회의원이 됐는데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자기 채널까지 가지고 있으면, 그 미디어 파워를 가지고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상태에서 작은 변화를 하나하나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냐”며 “그냥 부탁드린다.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에 제 진심을 전한다. (국회의원) 배지 하나는 제가 좀 쓰자”고 말했다.

김씨의 진심이 통했을까. 그는 최근 일면식도 없던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로부터 입당 제의를 받았다. 물론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입당 환영식에서 “예술계엔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선배님들이 참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예술계의 문제들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저는 많은 분이 외면했던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국민의힘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감수성'의 한 장면.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이 김영민씨다. 유튜브 채널 'KBS COMEDY:크큭티비'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감수성'의 한 장면.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이 김영민씨다. 유튜브 채널 'KBS COMEDY:크큭티비'

전북 남원 출신인 김씨는 어렸을 적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닐 때도 꼭 반장 선거에 단골 출마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늘 최상위권을 유지할 만큼 공부도 곧잘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며 소년의 꿈은 잠시 멈춰섰다. 김씨는 “IMF 전후 집안이 폭삭 망해 고등학교 진학이 불가능했다”며 “보일러 설비 보조나 음식 배달 일을 병행하며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치렀다”고 했다.

김씨는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에서 전자디지털음악을 전공했다.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있던 음악을 전공으로 택했다고 한다. 스스로 “적성은 정치에 있는데 재능은 음악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당시 난타를 기획한 송승환 선배처럼 문화 행정 쪽으로 전반적인 스펙을 쌓아보자”라며 자신의 진로를 설계해 갔다.

김씨는 대형 기획사에서 음반 녹음 디렉팅을 하거나 인디신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다. 음악 특별활동 특기 적성 강사로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방송 출연’을 목표로 세웠다. 당시 KBS 개그 프로그램인 ‘폭소클럽’ 방청권에 당첨된 뒤 다짜고짜 출연자 대기실을 찾아가 “오디션 한번 보게 해 달라”고 한 게 그의 연예계 입문 계기다.

개그맨 김영민씨가 운용하는 유튜브 채널 내시십분. 사진 유튜브 캡처

개그맨 김영민씨가 운용하는 유튜브 채널 내시십분. 사진 유튜브 캡처

2008년 당시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던 ‘개그콘서트’에 합류한 그는 정식으로 KBS 23기(특채) 개그맨이 됐다. 김민경, 오나미, 정태호씨 등이 그의 동기다. 군 제대 직후인 2011년, 김준호씨 등이 활약한 ‘감수성’이란 코너에서 그는 내시 캐릭터를 맡아 세상에 ‘김영민’이란 이름 석 자를 알렸다. ‘내시십분’이란 유튜브 채널명도 당시 캐릭터에서 따온 이름이다. ‘내시가 들려주는 10분 시사 이야기’란 의미다.

그는 2020년 시작한 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좌파 진영에 대한 신랄한 정치 비평을 선보이고 있다. 대본은 대부분 본인이 직접 쓴다.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내시십분’은 인기 채널이다. 한 여권 고위관계자는 “내시십분을 보면 단순한 정치 풍자가 아닌, 시사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시야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만 내시십분 채널에선 당분간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대표의 성대모사와 같은 정치 풍자 코너나 신랄한 비평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김씨는 “이제 입당했으니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정론에 가까운 논평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김씨는 “문화계의 윤석열”을 당장의 목표로 꼽았다. 그는 “대통령이 노동 개혁하고 연금 개혁하고 교육 개혁할 때, 누군가는 문화계에서 싸워야 하지 않겠냐”며 “공정한 경쟁으로 저변을 키우고, 자유시장의 근본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정신으로 문화계 카르텔과 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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